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은 예로부터 관혼상제와 함께 가장 큰 일로 여겨져 왔다. 새 집 짓고 3년, 이사하고 3년, 새 사람 들어오고 3년이라 하여 온 정성을 다 기울여서 삼가고 또 삼갔다. 그런 까닭에 보금자리를 옮기려면 새로 들어갈 보금자리를 잡는 일은 물론이려니와 옮기는 방향과 날도 매우 신중하게 요모조모 따져보고 정했다.
옮길 때는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잔치하는 집처럼 세간 살이 하나하나를 내 집 물건처럼 정성스럽게 함께 옮겨가곤 했다. 지금이야 이사를 전문으로 도와주는 전문이삿짐회사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필요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사하는 날은 여느 잔칫날에 버금가는 날이었다. 집안이 잘 되어서 좋은 집으로 옮겨갈 때에는 모두가 즐거워하고 축하해주는 날이었지만, 집안이 어려워져서 살림을 줄여 옮겨가거나 아예 그 마을을 떠나야 할 때는 모든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무겁고 애처로워했다. 하지만 다른 곳에 가더라도 옛 정을 잊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빌고 서로 위로했다.
여하튼 세간을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길 때도 지금처럼 순서 없이 포장해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순서와 절차의식이 있었다.
삶을 영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상징적인 세간이 있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밥을 짓는 가마솥과 불씨를 보존하는 화로, 밤을 보내는데 가장 중요하게 쓰이는 요강 등이었다. 보금자리를 옮길 때는 그 집의 큰 아들이 가마솥과 화로, 요강 등을 들고 가장 먼저 새 보금자리로 들어간다. 그런 다음에 온 마을 사람들이 다른 세간들을 옮기기 시작한다.
세간이 다 옮겨지고 정리가 되고 나면 좋은 날을 정해 온 마을 사람들과 친척, 친지들을 초대해 '집들이행사'를 한다. 이 행사에 초대되는 사람들은 집안이 잘 되라는 의미로 집들이 선물을 가지고 오는데, 선물은 시대에 따라, 쓰임새나 특성에 따라 변해 왔다. 불씨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던 시절에는 불이 일어나는 것처럼 집안이 융성하라는 뜻에서 성냥을 선물했다. 때로는 거품처럼 집안형편이 일어나라고 거품이 잘 나는 비누를 선물하기도 했다.
지금도 이 행사는 없어지지 않고 있는데, 모든 일이 술술 풀리라고 두루마리 화장지를 선물하기도 한다. 이 모든 선물에는 새 보금자리로 가서 가정 운이 더욱 번창하고 행복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모두의 염원이 담겨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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