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는 온몸으로 쓰는 세상을 향한 나만의 퍼포먼스

붓글씨는 온몸으로 쓰는 세상을 향한 나만의 퍼포먼스

20여년간 예총ㆍ의정 활동 하다보니 절필한 사람으로 오해 받을까 우려도… 이번전시, 예술계 원로로 한발짝 물러나 새로운 삶의 시작 보여주고파

  • 승인 2012-04-17 14:12
  • 신문게재 2012-04-18 11면
  •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
[중도초대석]15년만에 개인전 여는-서예가 조종국

대전 중구 오류동 센트리아 오피스텔에서 만난 남계 조종국 서예가는 청바지 차림에 캐주얼 재킷으로 기자를 맞았다. 칠순을 맞지만 외모만을 봐서는 '청년'에 가까워 보였다. 대전시의회 의장 시절 보다 오히려 더 젊어보인다는 말에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두주불사의 주호이며 가창실력은 수준급, 국궁은 오중예를 끝낸 명궁이라 한다. 세간에선 그를 타고난 한량이라 한다.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긍정적 사고와 지인들과 한잔 기울이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항상 젊게 사는 남계를 만나, 재밌는 그만의 인생 궤적을 따라가봤다. <편집자 주>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 서예가 조종국씨. 사진=김상구 부장
▲ 서예가 조종국씨. 사진=김상구 부장

“타고난 몸 덕인지 아직 술을 즐겨 먹습니다. 지인들과 함께하는 술자리 만큼 재밌는 게 없는 것 같아요.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라 할 수 있지요.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주는 것이 고마워 한잔 더 먹게 됩니다. 술은 세대간 격차와 갈등 요소를 해결하는 매개체 입니다. 취재 끝나고 한잔 진하게 합시다. 젊은이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페이스북, 트위터, 카톡 등 SNS도 부지런히 익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으려 합니다.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지만 항상 많이 웃으려고 합니다. 웃으면 복이 넝쿨째 굴러온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 15년 만에 '남계 조종국 서예 2012' 개인전을 여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작가가 작품전을 여는 것은 당연한 창작활동이지만 나는 늘 지필묵과 함께 해오면서도 지난 20여 년 동안 예총 활동과 시의회 의정활동을 하며 제대로 된 작품전을 갖지 못했어요. 혹여 절필한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우려도 많았거든. 예술계의 원로로 한 발짝 물러나 이제는 새로운 삶의 시작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할 수 있어요.”

- 원로서예가로 붓을 놓지 않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고리타분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문화적 주류로부터 소외받아온 예술에 대한 사명감, 소명의식이 강했어요.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예술단체 활동에 적극적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지필묵과 함께 살아온 것은 나 스스로 타고난 예술가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붓글씨가 그저 손이 아니라 가슴과 온몸으로 쓰는 세상을 향한 나만의 퍼포먼스라고 생각해요.”

- 일반적으로 '서예'는 어렵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해야 서예와 가까워 질 수 있을까요.
“드라마 해를 품은 달 등의 로고, 상품명 글씨, 광고판 글씨 등 이미 서예는 고급예술로 대중적인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요. 최근 차가운 디지털시대에 붓과 먹을 이용해 마음의 위안과 따뜻한 아날로그의 감성을 살린 한글 캘리그라피(Calligraphy)가 바로 그것인데, 젊은이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서예의 전망을 보여주고 있어요.”

- 남계 조종국의 50여 년 동안 서예 인생, 예술인으로서 삶은 어땠나요.
“국립 현대미술관초대 현대미술대전, 예술의전당 초대 지방서예가전 등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미술문화발전과 지역 문예진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예술인들이 밥그릇 싸움을 하거나 문화예술진흥기금 균형 분배를 위해 중앙을 쫓아가기도 하고…. 그렇게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반평생을 살아온 것 같아요.”

- 23년 문화예술 행정 CEO로 몸담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과 아쉬운 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지금도 그렇지만 70~80년대에는 서예가 뿐만 아니라 많은 예술인들이 먹고살기 힘들었죠. 예술인들을 위한 기금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이에요. 그때는 가족보다 지역 예술인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정도로 신들린 사람처럼 일했었죠. 다만, 그때와 달리 다양한 계층을 위한 문화체험, 예술행사가 부족하다는 게 아쉬울 뿐이에요.”

- 요즘 지역 예술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아직 대전의 도시적 개성이 명확하게 자리잡지 않았고, 대전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적인 역량의 작가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또 같은 공동체 문화활동을 한다면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해야죠. 손바닥이 일하는데 손등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는거 아니겠어요.”

- 대전예총회장 등을 역임한 지역 문화예술계 큰 원로로서 예술단체들의 발전을 위한 조언을 해주세요.
“원래 예술가란 나이 불문하고 자신의 작품을 만드는데 피가 끓고 자기 세계가 확고해서 세상과 타협이란 걸 잘 안해요. 그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인 집단인 만큼 모두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이 생리에 맞을 리 없죠. 하지만, 불일치 속에서도 끊임없는 대화와 조정을 통해 궁극적인 합의점을 찾고 화합할 힘을 길러야 하는 게 필요해요.”

-서예가의 길을 걸으며 지역 정치권에 몸을 담았었는데 그 시절은 어땠나요.
“문화예술계가 지방자치에 적극적인 참여를 바라는 예술인들의 권유로(당시 예총회장) 1대 대전시의회 선거에 출마했는데 낙선했어요. 이후 2~3대 다시 도전했었고, 재임하면서 대전시 문예진흥기금 52억 원(2001)을 조성한 것이 가장 큰 보람으로 기억하고 있죠. 당시만 해도 문화 예술인 지원을 위한 예산이 전무하다 시피 했으니까요. 대전시민의 마음을 대변했던 지난 대전시의회 의장 시절 그 열정은 지금도 변함없어요.”

대담=오주영 문화부장ㆍ정리=박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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