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달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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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달리며 살자!

[중도마당]박건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 승인 2012-04-16 14:30
  • 신문게재 2012-04-17 20면
  • 박건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박건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 박건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 박건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흉부외과 교수
흔히들 인생을 마라톤과 비유하곤 한다. 이는 우리네 인생이 항상 평탄하지만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살면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때로는 순탄한 포장길과는 반대로 험난한 비포장길에 서 있기도 한다. 즉, 우리 인생의 여정은 햇살과 구름, 더위와 추위, 비바람과 눈보라, 배고픔과 탈진의 고통도 헤치고 나가야 결승선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봄소식을 알리듯 각종 마라톤 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 마라톤 대회서 주로가 일직선으로만 쭉 뻗어 있다면 정말 재미가 없으며 지겨운 노동에 지나지 않는다. 오밀조밀 여러가지 크고 작은 일들이 있어야 흥미가 생기고 어려움을 만나도 순간순간 살얼음을 밟듯 자신의 체력적 능력과 한계를 살펴가며 최선을 다했을 때 완주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주위사람에게 마라톤을 권하게 된다.

필자가 마라톤을 좋아하는 이유는 겨루지만 싸우지 않고, 다투지만 부딪치지 않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챔피언은 있지만 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시합이다. 일등이라고 우쭐되지도 않고 꼴찌라고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혼자는 물론, 10명, 100명도 괜찮고 1000명, 10000명도 함께 할 수 있어 좋다. 경기장 울타리도 없고 입장료도 없어 세상사람 모두가 관중이 된다. 아스팔트 백리길을 멋지게 내달리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통쾌하다. 달리는 동안 눈물이 날아간다. 서러움이 날아간다. 외로움도 날아간다. 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협상이자 싸움인만큼 스스로 이뤄낸 성취에 눈물짓고, 기뻐한다. 마라톤이라는 공감대 하나로 수백만 명이 자신을 찾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요즘 어떤 영화 한편에 수백만 명이 눈물짓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말할 나위 없이 건강에도 좋다. 하버드 의대의 존 레이터 교수는 자신의 연구에서 운동을 하게 되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뇌는 더 많은 산소를 받아들이고, 엔돌핀,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 분비가 증가된다는 결과를 밝혔다. 또 운동 후 4시간 동안은 진정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에 불안과 걱정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이때, 한 순간의 작은 욕심을 낼라치면 무리가 뒤따르므로 나의 체력수준을 알게 되고, 그래서 더욱 더 건강한 완주, 건강한 인생 완자를 위해 진지한 노력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출발선을 떠난 발걸음이 한결같도록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런 한결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하루를 리세팅할 필요가 있다. 어제의 상황이 오늘까지 그대로 지속된다면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대응한다면 주변 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한결 쉬워질 것이다.

42.195㎞ 다 달려야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듯이 인생살이에서도 어떤 일을 성취하든 겪을 만큼의 과정을 거쳐서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희망하는 결과를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마음을 모으고, 정성을 들이며, 자신의 역할을 잘 소화하고, 그를 통해 전체가 조화를 이루어 한 마음으로 동화되는 감동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하는 일이 사소하고 하찮게 보이더라도 우리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이고, 그 일에 충실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위한 나의 노력의 표현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자. 그 일을 통해 내가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발견을 갈고 닦아 능력을 키우고 그런 능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발전에 기여하자.

그러기 위해 따뜻한 봄날에 우리 모두가 달려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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