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에 사는 박모(36ㆍ여)씨는 얼마 전 가스총을 구입했다.
대전지역에서 부녀자 납치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남편과 상의해 결정한 것이다.
박씨는 “맞벌이를 하는데 남편이 나보다 더 걱정을 한다”면서 “일반 가스총은 표시가 난다고 해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권총과 모양이 비슷한 리벌버식 가스총을 샀다”고 했다.
대전에서 부녀자 납치사건이 잇따르면서 주부는 물론, 직장여성들이 불안감 속에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아예 외출을 하지 않을 수는 없어 호신장비를 구입하거나 혼자 다니지 않고 남편 등 가족들과 다니는 여성들이 많다.
김모(45ㆍ여ㆍ대전 서구 가수원동)씨도 얼마 전 가스총을 샀다. 몇 십만원이라는 가격에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가뜩이나 납치 사건이 많은 데다 주변에서 이웃들이 종종 사는 것을 보고 큰 맘을 먹고 구입했다.
김씨는 “아이들을 데리러 가거나 개인적인 볼 일이 좀 많아 혼자 차를 타고 다니는 일이 많다”면서 “밖에 나가지 않을 수는 없어 고민하다 가스총을 사서 갖고 다니니까 그런대로 불안한 마음은 덜하다”고 했다.
일주일에 1~2번씩 대형마트에 다니는 이모(39ㆍ여ㆍ대전 대덕구 중리동)씨는 요즘 마트 가는 횟수가 줄었다. 그동안 혼자서 대형마트에 다녔지만, 요즘 납치 사건이 많다는 말에 남편이나 가족들과 함께 다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동안에는 식단 때문에 혼자서 마트를 다녔는데 요즘은 좀 늦더라도 남편이 퇴근하면 같이 가거나 동생을 불러 같이 대형마트에 다닌다”면서 “식재료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집 앞 동네 마트에서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전 은행동에서 바를 운영하는 장모(33ㆍ여ㆍ대전 중구 문화동)씨는 새벽에 일을 마치면 남자친구와 함께 귀가한다.
장씨는 “남자친구가 일의 특성상 새벽에 늦게 귀가하는 나를 위해 요즘 거의 매일 가게를 마칠 때쯤 데리러 온다”면서 “남자친구에게 미안하지만, 힘들어도 지금 서로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렇게까지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좀 번거롭거나 불편하더라도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가급적 일찍 귀가하는게 필요하다”며 “부득이 혼자 다니거나 늦게 다닐 경우 주변을 잘 살피고, 유사시에 곧바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전화기를 손에 들고 다녀 달라”고 당부했다.
최두선 기자 cds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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