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의 성실한 공약 이행은 당연한 일로 유권자에 대한 기본 의무와도 같다. 하지만 정치권이 제시한 복지 공약을 모두 실천하자면 268조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에 따르면 연간 복지 예산을 58% 증액해야 할 엄청난 규모다. 국민 대다수(91%)도 복지 공약이 지켜지지 않을 것(현대경제연구원 조사)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복지나 일자리 등 민생 관련 공약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인데,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분석한 바로는 개발 관련 공약이 53.6%나 차지한다. 지역 발전에 도움되는 공약일지라도 당선자의 의지만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다. 그저 지역 현안을 지원하는 수준인 지엽적인 공약, 지자체에서 이미 시행 중이어서 겹치는 공약은 과감히 제외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57%가 선거공약을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기업 관련 공약에 대한 응답이지만, 공약에 무조건 얽매이기보다 경제 여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거나 현실성이 없으면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이 많다. 지역 공약에도 준용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선거를 앞두고 “당선자는 물론 낙선자의 공약이라도 시정에 보탬이 될 만하면 적극 검토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경우라도 타당성, 실현가능성의 기준이 될 재원 마련 방법은 따져봐야 함은 물론이다. 급조된 지역 공약일수록 대개 재원 조달 방안이 빠져 있다. 이를 도외시한 공약이 곧 장밋빛 공약이다.
지역 발전에 도움될 듯싶은 그럴싸한 공약이라도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을 무시하면 국가 및 지방 재정에 무리가 되고 필연적으로 주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세제 개편, 세출 구조 조정 등 예산 운용 전반에 손질을 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당선자의 공약과 각 정당이 내건 공약 기조와 배치되거나 당선자와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이 상충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부분까지 반드시 심도 있는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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