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훈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명분론이다. 명분론에 대한 논점의 하나가 본 행사가 도시정체성(identity)을 가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전이 와인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가 주장의 요지인데 이는 도시마케팅의 창의성을 위축시키는 퇴영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는 함평 고유의 것이 아니지만 함평군의 정체성을 부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타도시보다 먼저 나비라는 테마를 개발해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까이로는 대전 뿌리공원에서 펼쳐지는 축제 역시 '효, 姓氏' 등의 가치가 대전만의 고유가치가 아니지만 문화관광부 지정축제로 지정되었으며 또한 정보통신 분야의 2대 박람회로 불리는 독일 하노버의 CeBIT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OMDEX 역시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던 가치는 아니었다.
매년 10월에 홍콩에서도 와인&음식축제가 열린다. 홍콩도 와인이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도시지만 현재는 4일간 관광객 12만명 정도가 다녀가는 성공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등어 한마리 잡을 수 없는 내륙도시 안동이 고등어로 유명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한식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영양학적으로 균형을 갖춘 모범식으로 권장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도 웰빙음식으로서, 또 맛으로서 각광받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은 정보통신(IT), 자동차, 철강보다도 크다. 그 파급력은 엄청나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가 식자재 수출, 외식산업 및 한식요리사의 해외진출 그리고, 음식이라는 한국문화를 같이 즐김으로써 생기는 부가가치는 실로 대단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열리면서 음식과 와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식문화 패턴은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 경향이다. 더욱이 경제대국 중국과 일본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우리의 한식과 와인을 결합한 콘텐츠 개발, 그리고 이와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한다면 우리 대전의 도시 브랜드는 한층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다. 대전이 포도 원산지도 아니고 와인 유통지도 아니지만, 브랜드와 이미지로 그러한 산업을 만들어 내면 되는 것이다.
대전은 교통의 중심지로서 푸드&와인 산업의 물류기지로서도 훌륭한 입지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접근성이 좋고, 국제적인 접근성도 좋을 수 있어 앞으로 형성될 중부 경제권의 중심지로서 식음료 상품에 대한 수요 또한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 5월의 세계 조리사대회는 대전의 이러한 이미지를 한층 강화시킬 것이다. 세계 조리사대회는 세계 유명 조리사와 소믈리에 들이 대전에 모여 각자의 실력을 겨루기도 하고, 총회 등을 통해 인류를 위한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 97개국 3만여 명의 셰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가장 규모 있는 행사이고, 45개국의 와인 및 소믈리에 관계자 500여명이 참가하는 소믈리에 올림픽도 열린다.
대전을 와인과 푸드의 도시로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축제나 전시회는 천혜의 관광자원 못지않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행사를 개발하려면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푸드&와인 페스티벌'을 대전을 대표하는 국제적 축제로 육성시킴으로써 식문화의 한류를 일으키는 메가 이벤트로 자리잡도록 우리 모두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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