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종국씨 |
역사 속 인물들이 서예를 즐겨하고 후세 사람들이 이를 평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것은 글씨 속에 한 시대를 헤쳐나갔던 그들의 발자취가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50여 년 간 붓글씨를 써온 남계 조종국 원로 서예가가 그의 서예 인생을 총 정리하는 개인전을 연다.
오는 20일부터 28일까지 대전 연정국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남계 조종국 서예 1997' 이후 무려 15년 만이다. 그는 “서예와 함께 한 일생을 정리하고 싶었다”며 “70여 점의 작품을 엄선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대전예총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통해 지역 원로이자, 문화예술계 효시라 불린다.
▲ 심훈 '그날이오면' |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면적 부드러움 속에 선의 강인한 기풍이 서려 있어 그 구성력이 돋보인다. 더욱이 작품과 더불어 붓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담고 있어 더 의미가 깊다. 작품을 보는 내내 관람객들은 '따뜻한 손글씨'가 만든 소통의 기회이자, 소통의 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고전에 있는 귀감이 되는 문장들을 서예예술로 담아내 관객들에게 특별한 예술적 미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대전예총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역 문화예술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대전과 중국 등 국제 서예 교류에도 큰 축이 되고 있다.
서예를 고리타분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 전시는 영상 시대의 중심에서 '붓글씨'의 존재 이유와 생존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한자 문화권의 정수가 서예에 있다고 침묵으로 웅변하기 때문이다. 한자를 읽을 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는 없다. 한글이든 한문이든 글자를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우선인데다 글씨의 시원으로 돌아가 작품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생동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시장 곳곳에서 한 해를 이끌 딱 좋은 글귀를 만나는 것도 덤이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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