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제 민주주의 핵심은 선거에 있다. 그래서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으로 부르기도 한다. 물론 공천이 아닌 '사천'으로 불린, 과정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졌고 정당정치의 낙후성을 상징하는 징후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싫다고 기권해서는 안 된다. 올바른 선거문화 창출을 위해 투표는 더 필요하다.
아쉽게도 선거 과정에서 지역개발 현안은 넘쳐났지만 유권자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상대 후보 비방과 인신공격이 상대적으로 더 부각됐다. 선거제도가 유권자의 의사 전체를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의제의 명백한 한계도 있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대선 전초전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투표를 통해 정치발전이 가능하다고 보면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은 빈말이 아니다. 그로 인한 혜택은 당연히 유권자의 몫으로 귀속된다.
지역에서는 정책 의제의 공약화를 요구하기도 했고 지방분권의 불씨를 살리려는 노력이 있었으나 반향은 미미했다. 지역 살림, 국가 살림을 맡을 국회의원 선거가 여야 대결구도로 고착되면서 인물 비교와 정책 대결은 뒷전이고 네거티브 공세로 돌아선 점은 아쉬움이다. 남발된 복지공약이 안 지켜질 것으로 보는 유권자가 91%나 되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그럼에도 인물, 정책, 능력, 도덕성 등의 기준을 종합해 지지 후보를 골라야 한다.
세종시를 포함한 충청권 표심 향배는 전국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수도권, 충청, 강원 등 '중원대전'이 19대 전체 판세를 가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에 못지않게 투표율에 주목할 것이다. 선의의 선거경쟁을 통해 유권자의 다양한 의사와 가치 수렴도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손님 입맛에 맞춰 음식점 메뉴가 개선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역 유권자의 올곧은 판단이 있는 한 민주주의의 장래는 비관적이지 않다. 또 그럴 때 정당도 정책정당으로의 탈바꿈이 가능하다. 충청권이 정치적인 조력자가 아닌 주도자 역할을 감당하려면 더욱 투표 참여가 절실하다. 무관심이 정치적 방종을 낳고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이런 고리를 끊는 것만으로도 투표할 이유는 충분하다. 11일 하루, 유권자가 반드시 표로 말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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