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대전충남본부로서는 은행의 대형화를 통한 거시적 관점에서의 금융안정을 이끌어간다는 근본적인 운영취지와 정반대인 지방은행 설립에 동참해야 한다는 게 모순이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이르면 다음주께 한국은행 대전충남지역본부를 비롯해 금융감독원 대전지원, 대전상공회의소, 대전발전연구원 직원으로 구성되는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유관기관 및 전문가 협의체'를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시가 지방은행 설립안을 대선공약으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인 셈이다. 그러나 대전시로부터 협의체 구성 요청을 받은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로서는 탐탁지않은 표정이다.
은행간 합병 등을 통해 은행권의 대형화 시대를 이끌어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유지해야한다는 한국은행의 운영취지와 달리, 소규모 은행의 설립을 위해 조언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정면으로 배치돼서다.
김중수 한은 총재 역시 금융권의 거시건전성 확보를 강조하고있는 만큼 한은 대전충남본부로서는 지역은행 설립에 동참한다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고 지방은행 설립과 관련, 조언을 구하고 있는 대전시의 요청을 무시할 수도 없다는 게 한은 대전충남본부의 입장이다.
이는 지자체의 지역경제 균형발전 등을 돕기위해 지역본부가 설립됐기 때문. 한국은행은 이같은 이유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경제협력관 자격으로 직원을 파견해 지자체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 마련에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한은 대전충남본부가 우려하는 부분은 대전시가 지방은행 설립을 대선공약을 통해 실현하려고 한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미 4ㆍ11총선 공약이 된 지방은행 설립안이 자칫 '정치놀음'에 이용당할 경우, 한국은행이 향후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남는다는 얘기다.
한은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국은행이 지방은행의 필요성 여부를 얘기하기는 쉽지가 않다”며 “지금까지 한국은행은 지자체의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마련에 조언자 역할을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방은행 설립과 지역경제 발전 등을 위해 한은 대전충남본부가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냐”며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경제기관 및 단체에 협의체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직접 방문해서 상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경태 기자 biggerthan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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