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장우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 |
정부의 FTA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들이 효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FTA로 우리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몫이 없다면 반감만 사게 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값싸고 품질 좋은 상품 공급이 늘어나 가계 부담이 줄어들 때 비로소 효과를 실감하게 된다. 즉 FTA로 인한 관세인하 효과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후생증대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FTA 관세인하ㆍ철폐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며 FTA의 혜택이 대기업이나 일부 수출기업에만 돌아가 사회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는 부정적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FTA효과가 왜 나타나지 못하고 있으며 해결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피력하고자 한다.
최근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들이 FTA 관세인하 효과를 모두 챙겨가고 소비자들은 봉 노릇만 한다는 말이 있다. 관세가 떨어져도 유통과정에서 가격이 인상된다면 소비자들에겐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명품의 경우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이 사실상 외국 명품 브랜드의 수입ㆍ유통을 선점하고 있어 FTA 발효 후에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칠레와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의 칠레산 와인가격이 우리나라보다 싼 것은 아이러니하다. 여기에다 한ㆍEU FTA 이후 유럽산 자동차와 명품가격이 오히려 인상되고 있고 한ㆍ미 FTA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와인이나 위스키, 화장품 등 명품에서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FTA로 상품이 싸게 수입돼도 국내 유통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올라가 소비자들은 정작 가격인하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한 것은 다행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FTA 경제효과 제고를 위해 유통구조 개선에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FTA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우선 개방화시대에 걸맞지 않는 후진적인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수입상과 판매상의 간격을 최대한 줄이되 각종 규제로 막아놓은 수입상 자기 판매를 활성화하면 중간 마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또 수입상품의 원가정보를 공개하여 최종 판매가격의 적정여부를 소비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수입ㆍ유통단계에서 암묵적 담합행위를 근절하고 유통구조를 단순화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FTA 이후에도 가격이 내리지 않는 품목에 대해 가격결정 구조를 추적 분석한 가격정보를 공개해 가격인하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또한 소비자보호원, 소비자단체 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소비자 운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단체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국내외간 업체ㆍ품목별 가격을 비교 공개해 FTA 소비자 이익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관행 정착도 중요하다. 수입명품을 신분 과시용으로 생각하는 그릇된 소비관행을 버리고 선진국 제품이면 무조건 좋다는 소비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비자들은 스스로 힘을 결집하여 수입물가 인하를 유도하는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FTA효과가 조기에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FTA 무용론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쌓여 정치적 혼란과 국력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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