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미란]복지국가를 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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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미란]복지국가를 원하세요?

[직선곡선]황미란 편집팀 차장

  • 승인 2012-04-09 15:58
  • 신문게재 2012-04-10 21면
  • 황미란 편집팀 차장황미란 편집팀 차장
▲ 황미란 편집팀 차장
▲ 황미란 편집팀 차장
세상에는 이름만으로도 배꼽잡게 하는 기발하고 독특한 종류의 세금들이 많다.

옛날 귀족들에게서 더 많은 세금을 걷기 위해 고안됐던 영국의 모자세와 러시아의 수염세. 고대 그리스와 로마 노총각에게 물렸던 독신세,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소나 돼지 등에 부과하는 방귀세와 트림세 등.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생활상을 반영한 세금들이 생겨나고 또 사라진다.

세금은 우리 생활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코흘리개의 몇 백원짜리 과자부터 퇴근길 가장들을 유혹하는 소주 한잔에도 부가가치세, 주세라는 명목으로 따라 붙는다. 천정부지 기름값에는 유류세가 더해지고, 한달 노고의 대가로 받는 월급에서도 얼마간의 소득세가 차감된다. 생활속에서 알게 모르게 내는 결코 적지않은 세금. 우리는 흔히 '혈세'라 부른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은 이를 반대하거나 납부를 거부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세금(稅金)은 국가나 지방단체가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들이는 돈, 즉 국가운영에 꼭 필요한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우리의 세금을 더 걷어라.” 지난해 말 워싱턴의회 의사당에서 있었던 백만장자들의 '부자증세'를 촉구하는 외침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주장에 의해 촉발된 일명 '버핏세'. 은행 대여금고를 압류 당하고서야 밀린세금을 선심 쓰듯 내어주는 한국의 고액 체납자들과는 사뭇 다르다.

씁쓸함의 한켠, “허허, 세상 참 살기 좋아졌어” 연세 지긋한 노인의 한마디에 우리나라 복지현실을 짐작해보고 작은 위안을 얻는다.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은 자녀들 점심밥값 걱정을 덜었고, 얼마 안되지만 옆집 할아버지는 노령연금으로 손주들 용돈주고 담뱃값도 대신할 수 있게 됐다. 풍요롭진 않지만 조금은 살만해진 세상, 그 작은 변화 50%쯤은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의 힘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4ㆍ11 총선을 앞두고 쏟아진 무수한 복지공약들. 며칠전 기획재정부가 여야의 복지공약을 모두 이행하려면 기존예산 92조원 이외에도 최소 268조원의 추가예산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경고에 나섰지만 국민의 선택을 목전에 두고 표 싸움에 한창인 정치권을 뜨끔하게 하는 대목이었을 것이다. 어찌됐건 '복지=세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건 분명한 사실. 268조원의 재원 대부분 국민 호주머니에서 충당해야 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은 성실납세자다. 조세관련 설문결과 조사대상 30%는 복지정책 확대를 위해 증세도 찬성한다고 하니 여야를 막론하고 표심 흔들릴까 겁내기보다 당선 후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를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내일은 4년에 한번 나라의 살림꾼을 뽑는 국회의원 선거. 국민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복지국가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면 투표소로 향하자. 소중한 내돈, 세비로 내어줘도 아깝지 않을 현명하고 정직한 인물에 한표를 보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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