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환용 서구청장 |
대부분의 농촌에서는 이미 오래전 아기 울음소리가 그쳤고 도시는 형편이 좀 낫지만 어린 자녀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어른 수보다 적은 가정이 한 집 건너 한 집 꼴이다. 이 같은 현상이 몇 십 년 지속될 경우 젊은이 한 명이 노인 너 더댓 명을 부양하고 노동력이 모자라 공장 기계가 멈추는가 하면 수요가 줄어 각종 시설이 문을 닫는 사태가 초래될 것이라고 한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총인구 추이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증가세가 점점 둔화되어 가는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을 고비로 감소세로 돌아서서 2050년엔 지난 30년 전 수준인 4300여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 원인은 말할 것도 없이 아기가 적게 태어나는 데 있다. 가임기간 여성이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하는데 불과 한 세대 전인 1980년만 해도 2.83명이던 합계출산율이 2011년에는 1.23명으로 반 토막 났다. 222개 국가 중 217등으로 세계에서 맨 꼴찌 수준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필자의 생각은 간단하다. 아기 낳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이 행복이고 축복이어야 하는데 현실은 꼭 그렇지가 못해서다. 이러한 사정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온갖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우리 사회구조가 아이를 낳아 기르기가 너무 힘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남성 못잖은 여성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에 임신과 출산은 여러모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육아는 더욱 심각해서, 당장은 어디다 맡길 것인가를 고민해야 되고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도 걱정거리이다. 그리고 자신의 팍팍한 삶과 치열한 경쟁 속으로 자녀가 내몰릴 것을 생각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않을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가치관의 변화가 적령기 여성들에게 강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괜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대책만 기다리고 있을 수 없는 게 현실이고 지자체도 명분위주의 단기적 출산보조에서 벗어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역점을 둬야 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출산의 위험을 국민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의식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출산은 국가가 하는 것이 아니고 국민 스스로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지구촌이 출산장려 운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이스라엘에서 벌이고 있는 '칫솔질을 하루에 두 번 이상 하자'는 캠페인은 칫솔질을 잘하여 잇몸 질환을 앓지 않으면 정자수가 늘어나 남성불임증을 예방한다는 연구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엉뚱하지만 수 만 가지 구호보다 피부에 와 닿는다.
우리 서구에서는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만들기 운동' 일환으로 '모든 임산부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에서 출산을 장려하는 전담부서를 신설하여 노력한 결과 상당한 호응과 동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운동은 임산부에 대한 각종 비용 지원과 할인, 행정편의와 의료 혜택 제공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태명을 지어주고 출산용품도 지원하고 모든 공공시설에 임신부 전용 편의공간을 제공하는 작은 배려에서부터 지역사회의 관심을 촉진시키는 이용요금 할인 시책 등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직장 내 보육시설을 늘려 직원들의 육아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필자는 국민의식 바꾸는 운동을 무엇보다 우선시하여 꾸준히 펼쳐 나갈 계획이다. 사람이 곧 국가경쟁력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출생ㆍ사망 통계에 따르면 이 해에 태어난 아기는 47만1400명으로 전년보다 0.3%인 1200명이 늘어났고 합계출산율도 0.01명 증가했다. 특히 셋째아기 출산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서구도 신생아수가 지난해 12월 364명에서 지난달 429명으로 점차 늘고 있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의 이런 작은 노력들이 큰 변화로 이어져 임신자체가 큰 기쁨이고 자랑이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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