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인생의 후반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형태] 인생의 후반전

[논단]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승인 2012-04-05 14:32
  • 신문게재 2012-04-06 20면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 김형태 전 대전지방변호사회장
'명예퇴직', 정말 명예로운 퇴직인가?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된 해고를 의미할 뿐이다. 후진을 위한 것도 아니고 능력이 없어서는 더욱 아니다. 많은 급여로 인해 돈 값도 못하고 회사 돈을 축내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 직장 내의 분위기가 그를 밀어내는 것이다. 그동안 직장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해 온 사람에게 조금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그동안의 일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생산성'이라는 잔인한 경제법칙에 따라 돈 값도 못하는 상사라는 라벨을 붙여 '이제 그만'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직장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 것은 끝없는 지루함과 허전함 그리고 나빠진 건강, 한마디로 말해서 무위도식하는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때로 의욕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도 있지만 십중팔구 퇴직금마저 까먹고 마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은 직장을 그만둔 후의 삶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 결국 나의 인생은 여기에서 그치고 마는 것인가라는 자조적인 물음을 되뇌이면서.

그러나 이러한 경우 한 번 돌이켜 생각해 보자. 나이 25세에 직장을 잡았고 55세에 명예 퇴직했다면 30년 직장생활을 한 것이다. 그런데 그에게 인생의 남아있는 시간은 또 얼마인가? 바로 30년이다. 또 다른 30년의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직장을 그만둔 시점은 인생의 전반전을 마친 것뿐이며 이제 다시 새롭게 인생의 후반전에 돌입하는 것이다. 운동경기에 있어 물론 전반전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승부는 후반전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삶 역시 진정한 승부는 바로 인생의 후반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전반전에 형편없는 전략 때문에 많은 점수를 잃었지만 후반전 들어 전력을 가다듬고 열심히 뛰면 잃은 점수를 회복할 수 있다. 우리의 삶은 운동경기보다 더 긴 시간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삶에 있어서의 역전은 사람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여기에서 분명한 것은 인생의 후반전에 있어서의 승부란 바로 '돈의 문제'가 아닌 '삶의 의미의 문제'라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 승부는 사실 '돈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그래서 어느 정도 축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직장을 그만둔 시점에서는 돈을 벌어서 모은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사실 그럴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제는 우리에게 남은 삶이란 바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생의 전반전에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벌었으면 이제 그 돈을 가지고 인생의 후반전에서 정말 잘 살아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도대체 후반전에 살아갈 돈이 없으니 어떻게 의미 있게 살 수 있겠는가라고. 그러나 말년에 놀고먹으면서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열심히 일을 하려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퇴직 후에 무위도식하려는 사람은 바로 인생의 후반전 경기를 포기하는 사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후반전에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 하며 그동안 의미 있게 살지 못했던 삶에 의미를 부여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것이다.

자신의 욕심과 야망에 따라 살아왔던 젊은 시절, 인생의 전반전으로부터 이제 돌이켜 삶의 의미를 찾는 일, 인생의 후반전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자신이 습득한 전문적인 지식을 남에게 가르쳐 줌으로써 지식을 나누는 일, 재능이 있었지만 직장일로 하지 못했던 것을 배우면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재능을 나누는 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는 일 등 주위에 찾아보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물론 모두 무료로 봉사해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세상이 그동안 나에게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다지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인생의 후반전에 있어서 돈에 너무 구애되지 않길, 또한 돈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려고 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 인생의 후반전이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을 모두 나누어주고 가는 아름다운 삶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가 정말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가?'라는 인생의 진정한 승부가 인생의 후반전,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취재]충남대학교 동문 언론인 간담회
  2. 대전성모병원, 개원의를 위한 심장내과 연수강좌 개최
  3. 대전 출신 오주영 대한세팍타크로협회장,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사표
  4. 대전 정림동 아파트 뺑소니…결국 음주운전 혐의 빠져
  5. 전국 아파트값 하락세… 대전·세종 낙폭 확대
  1. 육군 제32보병사단 김지면 소장 취임…"통합방위 고도화"
  2.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 체포…피해 귀금속 모두 회수 (종합)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트리 불빛처럼 사회 그늘진 곳 밝힐 것"
  4. '꿈돌이가 살아있다?'… '지역 최초' 대전시청사에 3D 전광판 상륙
  5. 대전 둔산동 금은방 털이범…2000만 원 귀금속 훔쳐 도주

헤드라인 뉴스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AIDT 제동 걸리나… 교과서 지위 박탈 법안 국회 교육위 통과

교육부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디지털교과서(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전면 시행이 위기에 직면했다. 교과서의 지위를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하면서 정책 방향이 대폭 변경될 수 있는 처지에 놓였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8일 열린 13차 전체회의에서 AIDT 도입과 관련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내용은 교과서의 정의에 대한 부분으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현재 '교과서'인 AIDT를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모든 학교가 의무..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라면 먹고갈래?"… 대전시, 꿈돌이 캐틱터 입힌 라면 제작한다

대전시가 지역 마스코트인 꿈돌이 캐릭터를 활용한 관광 상품으로 '꿈돌이 라면' 제작을 추진한다. 28일 시에 따르면 이날 대전관광공사·(주)아이씨푸드와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 및 공동브랜딩'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대전 꿈씨 캐릭터 굿즈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담은 라면제품 상품화'를 위해 이장우 대전시장과 윤성국 대전관광공사 사장, 박균익 ㈜아이씨푸드 대표가 참석했다. 이에 대전 대표 캐릭터인 꿈씨 패밀리를 활용한 '대전 꿈돌이 라면' 상품화·공동 브랜딩, 판매, 홍보, 지역 상생 등 상호 유기..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 30년 숙원 태안 안면도 관광지 '성공 개발' 힘 모은다

충남도가 30년 묵은 숙제인 안면도 관광지 조성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해 도의회, 태안군, 충남개발공사, 하나증권, 온더웨스트, 안면도 주민 등과 손을 맞잡았다. 김태흠 지사는 28일 도청 상황실에서 홍성현 도의회 의장, 가세로 태안군수, 김병근 충남개발공사 사장, 서정훈 온더웨스트 대표이사,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김금하 안면도관광개발추진협의회 위원장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는 하나증권 지주사인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참석, 안면도 관광지 개발 사업에 대한 지원 의지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안면도 관광지 3·4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야구장에서 즐기는 스케이트…‘아듀! 이글스파크’

  •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금연구역 흡연…내년부터 과태료 5만원 상향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