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거리가 가까워 교통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당장 집주인이 허세를 부려 마음이 불편하다. 직장 동료의 경우, 다른 지역 아파트에서 집주인이 도배까지 해주기도 해 신혼살림을 꾸리기가 편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전세 자금을 겨우 마련해 소형 평형대라도 얻을 수 있을 정도는 됐다”면서 “하지만 집주인이 허름한 집에 도배조차도 어렵다고 하니 계약 여부를 다시 생각해봐야겠다”고 불평했다.
대전의 전세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민들에게 인기가 높은 소형평형대의 전세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형아파트의 경우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려 전세자들의 설움은 커지고 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대전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주전 대비 0.02% 내리는 등 올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금부족 등으로 대형평형대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전용면적 85㎡ 이상 아파트 물량은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반면, 수요자가 몰리고 있는 60~70㎡ 소형 아파트는 품귀현상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 중구에 위치한 70㎡형 A아파트의 전세가는 1억원으로, 아파트 가격이 최고치에 달했던 지난해 10월과 가격 차이가 없었다.
이곳은 2500여 세대가 거주하는 대규모 단지이지만 도안신도시, 세종시, 원도심 개발수요(일부 소규모 신축) 등에 밀려 대형평형대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소형주택형 아파트의 집주인들은 수요자가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오히려 도배 등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다.
소형아파트 집주인은 “계약을 원하는 입주희망자가 많기 때문에 애써 도배나 장판을 해주지는 않아도 되는 분위기다”며 “큰 규모는 아니지만 전세가가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도배 등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변지역에 아파트 공급물량이 갑작스럽게 늘어나 전세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물량이 많은 대형평형대 집주인들은 오히려 도배, 장판을 해준다며 세입자 모시기에 혈안이다”라고 말했다.
이경태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