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특성상 면학 분위기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대전보건대(총장 정무남)와 한국폴리텍Ⅳ대학(학장 정순평)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문 얘기다.
캠퍼스가 바로 이웃에 붙어 있지만, 두 대학은 길이 4m, 높이 2.5m의 철문으로 경계가 뚜렷하게 구분돼 있다. 철문 주위에는 지름 4㎝의 철조망까지 에워싸 서로 왕래할 수 없다. 1976년 문을 연 폴리텍Ⅳ대학과 1977년 대전보건전문학교로 출발한 두 대학의 인연은 벌써 35년이 넘었다. 오랫동안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낸 이웃이지만, 굳게 닫힌 철문을 사이에 두고 단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철문이 닫힌 건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닫히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두 학교 학생 간 마찰 때문이다.
폴리텍Ⅳ대학 관계자는 “소속이 다르다 보니 젊은 혈기에 술을 마시고 마찰이 생겨 학생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까지 지구대에서 조사받는 등 불상사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닫힌 철문을 다시 열자는 의견은 보건대 측에서 시작됐다.
보건대로 출입하기 위한 길은 정문 밖에 없다. 예전에는 쪽문이 있었지만, 강의동 신축 때문에 폐쇄된 상태다. 보건대 진입로는 2차선으로 좁은데다, 정문의 폭도 10m에 불과하다. 등ㆍ하교 시간에는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각종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건대 측에서 지속적으로 폴리텍Ⅳ대학에 철문 개방을 언급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보건대 관계자는 “지리적 여건상, 학교를 확장하는 건 한계가 있다. 오랫동안 지낸 이웃인 만큼, 담장을 허물어 소통하고 상생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폴리텍Ⅳ대학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분위기다. 이웃한 두 대학의 소통과 두 대학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 등을 감안할 때 철문 개방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한다. 다만, 대학 사이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인식 차이를 비롯해 두 학교와 학생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에서 선뜻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
폴리텍Ⅳ대학 관계자는 “학업과 실습에 열중해야 하는데, 남녀 학생이 왕래하다 보면 면학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며 “조만간 (보건대 측을) 만날 기회가 되면 여러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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