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종합사회복지관(관장 소종영)이 1세대와 3세대간 소통을 나누며 행복을 가꿔 나가고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005년 정림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부임한 소종영 목사는 7년째 1세대와 3세대의 '소통'을 화두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복지관장으로서의 보람을 찾고 있다. 정림복지관의 1ㆍ3세대 소통의 현장을 지면에 담아본다. <편집자 주>
▲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텃밭 가꾸기' |
당시 정림동에는 12개의 경로당(현재 14개)이 있었다. 여기에 가까이에 위치한 돌샘유치원(원장 이선자), 옥토유치원(원장 강양자), 예뻐뽀어린이집(원장 심희숙)을 연결했다.
복지관에서는 쌀을 한 포씩 준비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는 각각 귤 한 상자씩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 앞에서 한복을 입고 노래했고. 어르신들은 아이들을 위해 1000원짜리 신권과 간식을 준비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환경미화 프로그램 '정림사랑은빛봉사단'=복지관은 세배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의 마음을 얻은 이후 경로당 회장단 모임을 통해 청소봉사단을 조직했다. 이름하여 '정림사랑은빛봉사단'이다.
경로당에 머물면서 어르신들이 주로 하는 일은 TV시청과 화투였다.
소 관장은 어르신들에게 “TV시청과 화투는 건강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으니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밖으로 나오시라”고 제안했다.
이에 어르신들은 흔쾌히 허락했고, 쓰레기봉투와 청소용 집게는 동주민센터에서 지원해줬다.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다녔던 어린이집과 유치원 아동들이 청소봉사단에 함께 참여했다.
1세대와 3세대가 함께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며 마을 환경미화를 책임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소 관장은 “요즘 세대에 어떤 어르신이 손주들의 손을 이렇게 오래 잡을 수 있겠느냐”며 “어르신들의 만족도는 마냥 올라갔고,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높다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장, 학부모들의 피드백도 좋았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이 마을의 환경미화에 나서다 보니 부녀회에서는 간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현금으로 어르신들의 식대를 지불하기도 했다. 1세대와 3세대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에 2세대까지 합세하게 된 셈이다.
더 놀라운 사실은 어르신 한 분이 마을을 지나가는데 엄마와 함께 걸어가던 한 어린아이가 '어! 저번에 나랑 손잡고 청소하던 할아버지다' 하면서 인사를 한 것이다. 어르신들에게 있어서 이 일은 감동 그 자체였다. 물론 이후에도 아이들은 동네 어르신들을 보면 어김없이 인사했고, 정림동은 살 맛 나는 마을이 됐다.
▲혹한(서)기 프로그램 '골든벨'=환경미화 프로그램은 봄과 가을에는 가능하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쉽지가 않다. 고령의 어르신과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있어서 폭염과 매서운 추위는 야외 활동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구상한 실내 프로그램이 일명 '골든벨'이다.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골든벨을 실정에 맞게 변경해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일대일로 짝꿍을 맺도록 하고 문제 맞히기를 했다.
예를 들면 아이들에게는 화면에 고무신이나 연탄, 요강 등을 보여주고 맞히도록 한다든지, 어르신들에게는 화면에 뽀로로 등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캐릭터들을 보여주고 맞히도록 했다. 문제를 맞혀서 즐겁고, 맞추지 못해 안타까워도 1세대와 3세대의 연결은 그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 됐다.
▲ 1ㆍ3세대 퀴즈 맞히기 '골든벨' |
소 관장은 여기에 착안해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어르신들을 어린이집과 연결하고, 어르신들을 일명 '텃밭 선생님'이 되도록 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은 밭에서 감자 심는 법을 배우고, 고구마는 줄기를 심어야 함을 배웠다. 어르신들은 가끔 텃밭에 들러서 감자나 고구마가 잘 자라는지 살피고, 거두는 일도 아이들과 함께 했다.
여름에는 할머니들이 어린이집으로 파송돼 아이들과 함께 팥빙수를 만들어 보고 함께 시식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건강 프로그램 '등산 동아리'=정림복지관 가까이에 '쟁기봉'이라는 낮은 산이 있다. 복지관은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장수대학에 다니는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등산 동아리를 조직하고 매월 1회 산에 올랐다.
그러다가 '이거 우리만 오르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오르자'는 생각에 이르렀고, 실행에 옮겼다. 이도 역시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산에 오른 어르신들은 더 신바람이 났고, 산에 오르는 일도 훨씬 수월해진데다 평소보다 산행 이후 만족도도 훨씬 더 높았다.
소종영 관장은 “우리 복지관이 몇 년간에 걸쳐 진행한 1ㆍ3세대 소통 프로그램은 어르신들에게는 건강을 드리고,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며 “이 프로그램은 큰 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할 수 있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인지라 자부심을 갖고 전파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성일 기자 hansung00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