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례신학대, 충남대, 대전대, 우송대, 공주대, 공주교대 순으로 학점이 후했다. B학점 이상이 90%가 넘는다. 물론 열심히 공부해서 학문적 성취를 이뤄냈으면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졸업생 열 명 중 아홉 명이 그만한 성취를 거뒀다니,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학점이 이처럼 높게 나온 것이 정말 학생들의 실력이 향상된 때문이라고 말할 자신이 있는가.
'학점 뻥튀기'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끼리 학점 경쟁이 심해진 탓일 것이다. 더욱이 지방대 출신이라는 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낮은 학점이 제자들의 취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교수들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학생들 사이엔 '재수강'이라는 편법으로 낮은 학점을 높이는 '학점 세탁'도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폐습은 부메랑이 되어 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어느 취업포털의 조사 결과 기업 인사담당자의 30%는 학점을 가장 변별력이 없는 '취업 스펙'으로 꼽았다.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학점 부풀리기는 학생과 대학에 득(得)이 되기는커녕 독(毒)이 될 뿐이다. 기업들이 대학 성적을 잘 믿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학점 거품은 대학의 신뢰에 흠집을 내고 대학 학력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흔해 빠진 A학점을 누가 눈여겨보기나 하겠는가. 학업성적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 간에 선의의 경쟁을 유도해 공부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안이하고 느슨하게 학점을 남발한다면 누가 열심히 공부하려 하겠는가. 공부하고자 하는 동기를 오히려 빼앗는다면 그야말로 반교육적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도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엄정한 학점 부여는 원칙을 세우는 일이며, 이는 교수들의 몫이다. 학점이나 잘 주고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려는 교수가 있는 한 대학은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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