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구ㆍ정치부 도청팀 차장 |
KBS 새 노조가 공개한 총리실의 사찰 문건은 총 2619건. 이중 현 정부 들어 작성된 문건은 481건이고, 86건이 민간인 대상이라고 한다.
전 정부에 작성된 문건 2356건은 대부분 경찰이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찰 문건에는 청와대의 개입 정황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청와대가 언론사 임원 교체에 직접 관여했다는 것.
정부에 비판적인 글을 쓴 대학교수는 물론 이완구 전 충남지사 등 지역 인사까지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에 기가 막힌다. 고위 간부 사찰 내용에는 불륜 현장이나 사적인 대화까지 기록했다고 한다.
필자는 총리실의 무차별적인 사찰이 지역언론사에까지 미쳤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봤다.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하게 밀어붙일 당시인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지역신문과 지역방송은 세종시 원안 추진 당위성 등을 집중보도 했다.
당시 지역언론은 이 대통령이 2008년 대선 공약으로 세종시 원안 추진을 약속해 놓고 당선 후에는 수정안을 들고 나와'공약 파기했다'는 사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대 정부 공세가 계속되자 지역언론에 대한 압박이 작용했다. 그 중심에는 역시 총리실이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을 들고 나온 정운찬 전 총리는 주말만 되면 충청권을 찾았다. 지역주민을 만나 갖가지 사탕발림으로 수정안을 찬성하도록 회유했고, 지역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에겐 세종시 수정안 비판기사 보도 중단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인 개인에 대한 사찰도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청와대는 이번에 공개된 문건의 80%가 전 정부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문제는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4ㆍ11 총선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여ㆍ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이번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특검, 청문회 등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꼭 밝혀내야 할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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