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용 대한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 회장 |
Energy(에너지)=Material(물건)ⅹCommunication(소통)ⅹConcord(화합)
에너지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데 원동력이 되는 힘을 의미한다. 모든 이들이 바쁜 세상 속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지만 과연 그 '힘의 원천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 사람들은 노동을 통한 임금을 사용하며 살아가지만 우리 사회엔 힘없고 생활력이 부족해 가난에 굶주리며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는 그들을 위해 최소한의 생활권을 보장해주고 보호해줄 의무와 책임이 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서는 강자, 약자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중국의 사상가인 묵자는 더불어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는 방법에 대해 '(중략)남의 집안 보기를 자신의 집안 보듯이 하며, 남을 보기를 자신을 보듯이 한다'하여 교만하지 말고 상대를 업신여기지 말라 했다.
우리 사회 소외계층의 고통은 함께 짊어지고 헤쳐나가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전쟁 직후 우리 사회는 고도의 성장 동력을 발휘해 OECD 강국으로의 문턱에 와있다. 하지만 지나친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우리 이웃을 멀리하고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더욱 심화시켰고, 사회적으로 이러한 부작용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는 시점이다.
나눔이란 충만한 상태에서 나누는 기쁨보다는 부족하거나 적당한 상태에서 나의 소중한 것을 나눌 때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대기업이 사회에 기부하는 몇 십억의 돈보다 김밥을 팔고 폐지를 수집해 모아온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서 가슴 떨리는 감동을 느끼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봉사, 기부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본인이 가진 것을 조금만 나누면 가능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살기 어렵다는 핑계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김밥 할머니의 기부는 얼굴을 부끄럽게 만든다.
지난 1년 대전충남 적십자사의 수장으로 우리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있다.
명절을 맞이해 홀로 사는 노인의 댁을 방문하면 방안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냉기는 그 어떤 겨울의 추위보다도 더 매섭고 날카롭기만 하다. 그들의 눈가에 주름 이상으로 잡힌 세월의 흔적을 이야기 나누다 보면 남이 아닌 나의 부모 같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지게 된다.
1905년부터 시작한 대한적십자사는 일본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한국사 고통의 순간마다 이웃의 곁에서 나눔의 손길을 뻗어주었다.
100년이 지난 오늘날도 대전충남 1만여 적십자봉사원들은 홀로 사는 노인과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인 이웃을 방문해 그들에게 생필품과 식료품을 제공해 주고 동시에 말벗과 생활 도우미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소통과 화합을 통해 나눔의 의미를 강화하고 고통을 조금이나마 보듬어 주고 함께 살아가는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얼어붙은 땅을 뚫고 나오는 새싹처럼, 하루하루 바쁘게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도, 이제는 주위를 둘러보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행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보다 아름다운 우리나라, 보다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위하여 함께 누릴 수 있는 넉넉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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