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리멘더링의 헌법소원

▲ 오재연 천안주재

“군소정당의 서러움인가, 기득권의 횡포인가.”

선거운동이 시작 된 첫 날, 황금같은 시간에 천안 을 선거구(서북구) 자유 선진당 박상돈 후보는 쌍용2동 선거구 조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술회를 했다. 게리멘더링을 다시한번 부각시킨 것이다.

선거운동에 올인하고 있는 경쟁후보들과 달리 홀로 공직선거법의 부당성을 외치는 그의 모습은 비록 나약해 보였지만 내용만큼은 국가기본법을 뒤흔든 기존정치인에 경각심을 일깨울 만큼 파괴력이 넘쳤다.

천안시 쌍용2동은 행정구역상 서북구로 인구 4만2843명에 유권자수가 2만9946명이지만 이번 총선에선 동남구로 편입돼 동남구 출마후보자에게 투표를 해야하는 형국이 됐다.

현재 천안시 인구는 57만4806명으로 동남구 25만4524명, 서북구 32만282명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인구 31만4000명을 기준으로 하면 을구는 당연히 분구가 돼야한다.

하지만 증설에 따른 정치적계산과 당리당략으로 증설을 배제하다 보니 획정인구를 넘은 서북구의 쌍용2동을 인구가 부족한 동남구 선거구로 쪼개 붙인 것이다.

이러다보니 해괴한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현재 행정구역에 따라 동남구와 서북구로 나눠 관리하던 선거관리위원회와 동남ㆍ서북경찰서로 조정된 경찰들은 졸지에 남의 업무를 관장해야하는 어정쩡한 입장이 됐다. 물론 박상돈 후보의 헌법소원 제출이 선거를 겨냥한 모션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련법에 대한 불법, 편법 모순을 꼬집은 것이라는 데는 큰 의미를 부여한다.

기득권이라는 높은 벽에 맞서 싸우는 한 후보의 사투를 유권자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