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광기 대전대 교수ㆍ정치학 |
그런데 '안돼!'와 '아니, 아니, 아니되오!'는 단순히 개그의 내용을 강조하는 추임새의 의미로만 우리에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두 유행어를 곰곰 살펴보면, '안돼!'는 말의 첫머리에서 '안됨'을 단정적으로 강조하고 있고, '아니, 아니, 아니되오!'는 말미에서 마무리하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두 유행어가 분명히 '안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다른 의미와 뜻으로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나 평가에 대해서 처음부터 다짜고짜 '안돼!'라고 던지고 시작하는 것은 아마도 그 사안을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적어도 그런 사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평가가 일치할 수 없음을 의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부정적이거나 반대라는 표현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논의나 논리를 전개하거나 설명하고 나서 '아니, 아니, 아니되오!'를 외치는 것은 어쩌면 다소 소극적인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다소 소극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아니'라는 의미를 3번이나 반복하는 것이 말의 흐름을 타는 유행어라고 하더라도 또한 '안됨'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비록 '안돼!'라는 것이나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단순히 웃자고 하는 유행어라고 하더라도 19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을 불과 보름여 앞둔 상황에서 마치 우리 정치현실이나 총선의 과정을 그대로 풍자하는 것 같아서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각 정당의 행태를 보면서 국민들은 '안돼! 안돼!'를 외쳤을 것이고, 또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각 당의 정책을 보면서 '아니, 아니, 아니되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정당의 쇄신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공천과정을 통해 실종되었고, 오히려 계파간의 갈등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양상으로 나타났고, 경선과정의 불법행위나 공천결과에 대한 반대나 반발은 국민들이 '안돼!'를 외치며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정당의 정책이나 지역공약은 이번 선거에서 이슈가 되지도 못하고 또 차별성도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 정책이나 공약보다는 후보자의 인물이나 12월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에 편승해서 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의 지역선거구의 상황이다. 한마디로 이와 같은 총선의 상황은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정말 묘하게도 딱 맞는 표현이다.
대전ㆍ충청지역의 선거는 다른 지역에 비해 또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국적으로 새누리당과 통합민주당의 양당이 대결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나, 그 구도 역시 정당간의 정책이나 공약의 대결이 아니라 거대 양당의 대결이라는 전형적인 형태로 새로운 것이 없다. 이런 상황 속에 대전ㆍ충청지역은 18대 총선에서 지역의 정당으로 나타난 자유선진당과의 3파전 속에 18대와는 달리 우세한 정당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그야말로 혼전의 모습 그대로다.
이러한 혼전의 양상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많은 언론사나 여론조사기관의 각 정당과 후보에 대한 지지정도에 대한 조사결과 역시 제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가 직접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는 사실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조사결과는 적어도 부동층의 유권자가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각각 다른 여론조사결과는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정말 '안돼!'를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는 '안돼! 안돼!'가 기준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안돼!'보다는 '그래 맞아! 바로 그것이야!'가 기준이 되어야 하고, '아니, 아니, 아니되오!'보다는 '그래, 그래, 그리하오!'가 선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를 앞두고 '안돼!'와 '아니, 아니, 아니되오!'가 먼저 생각나는 것은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찌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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