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시체가 돌아왔다]'똘기' 충만… 시체 도둑들의 좌충우돌 범죄사기극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시체가 돌아왔다]'똘기' 충만… 시체 도둑들의 좌충우돌 범죄사기극

기상천외한 캐릭터들로 무장… '돈되는 시체' 과연 누구손에 감독:우선호·출연:이범수, 김옥빈, 류승범

  • 승인 2012-03-29 14:09
  • 신문게재 2012-03-30 11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영문도 모른 채 해고된 연구원 현철. 그의 앞에서 연구소를 살리려 애쓰던 진수가 사고를 당한다. 연구물을 해외로 빼돌리려던 김택수 회장이 덜컥 숨지고, 현철은 진수의 딸 동화와 함께 김 회장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려 한다.

각자 다른 목적으로 시체를 차지하기 위해 덤벼드는 범죄사기극이자 좌충우돌 소동극이다. 웃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다면, 노홍철 류의 '똘기(또라이 기질) 충만' 캐릭터에 거부감이 없는 관객이라면 박장대소할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주는 것이 있어야 하고, 남는 게 있어야 한다고 믿는 관객이라면 '대략 난감'할 수도 있다.

웃음은 수준급이다. 웃음과 함께 감동도 주어야 한다는 한국코미디 특유의 강박도 없고, 단타로 치고 빠지는 웃음은 뒷맛이 개운하다. 약간 복잡하지만 미묘한 플롯도 흥미롭다.

시체를 둘러싸고 기묘한 쫓고 쫓기기가 시작된 배경은 이렇다. 첨단과학기술이 담긴 칩을 자신의 몸에 숨겨 출국하려던 김택수 회장이 급성 심장마비로 숨진다. 그는 기술을 빼내기 위해 연구원들을 모두 해고한 악덕 경영자다. 연구에 모든 걸 걸었던 연구원 진수와 현철은 그의 출국을 방해하는데, 진수는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혼수상태에 빠진다. 진수의 딸 동화와 현철은 김 회장의 시체를 훔쳐 몸값을 요구하려 한다.

모든 게 완벽해 보였던 현철의 계획은 뜻하지 않은 인물의 등장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튄다. 훔친 시체는 사채업자를 피하려 시체 행세를 한 진오였고, 진오의 등장으로 상황은 뒤죽박죽이 된다. 시체를 훔쳐 몸값을 받아 내려는 현철과 동화, 진오. 칩을 손에 넣으려 현철 일행을 쫓는 '검은 머리 외국인' 스티브 정, 스티브 정을 쫓는 국정원 요원, 그리고 진오를 쫓는 사채업자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엎치락뒤치락 하는 해프닝이 영화를 힘차게 끌고 간다.

복잡한 구성이지만 무얼 찾고자 하는지 각자 목적이 뚜렷한 만큼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쉽게 '관'을 따라가면 된다. 신예 우선호 감독은 인물들이 제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교통정리를 하는데 비범한 솜씨를 보인다. 미장센영화제에서 '정말 큰 내 마이크'로 희극지왕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재기가 곳곳에서 번뜩인다.

결과를 던진 뒤, 관객에게 자세한 과정을 되짚는 역구성은 보는 재미를 한껏 높이고, 장면마다 소소한 재미로 빼곡히 채우고, 넘치지 않도록 다듬어낸 솜씨는 수준급이다.

“생각 좀 하고 덤벼. 이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야.” 치밀한 브레인 현철(이범수), “막상 저지르려니까 겁나지? 나 혼자 해치워버릴 거야!” 뼛속까지 '다크'한 적극 행동파 동화(김옥빈), 천부적인 사기본능 진오(류승범) 등 기상천외한 캐릭터들은 초장부터 눈길을 붙잡는다. 특유의 입담을 더해 강물에 뛰어들고 마취제에 취해 휘청거리는 류승범은 '똘기 충만' 연기로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

핑크색 머리에 고딕 풍 패션으로 나름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김옥빈의 연기는 '적당'하고, 조금 밋밋한 이범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두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정만식 고창석 오정세 유다인 등 이미 연기력을 인정받은 조연진이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다.

힘들여 기업을 지켜온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해고해버리는 기업의 행태, 해고로 고통 받는 노동자, 돈을 위해서라면 산업 기밀도 팔아넘기는 경영자, 대출을 빌미로 장기 적출까지 일삼는 사채업자 등은 신문 사회면을 보는 듯하다.

그러니까 사기를 치려는 캐릭터는 악당이 아니라 늘 당하고 고통 받는 소시민들이다. 그런 소시민들이 '나만 살면 된다'는 이들을 상대로 펼치는 사기극이라는 점에서 통쾌하면서, 맘껏 웃다가도 한편 씁쓸하다.

안순택 기자 sootak@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대전교육청 성천초 통폐합 추진… 학부모 동의 난항 우려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