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인성교육은 밥상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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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희]인성교육은 밥상머리에서

[교육단상]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

  • 승인 2012-03-27 14:47
  • 신문게재 2012-03-28 20면
  • 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
▲ 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
▲ 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과 서로 나누는 인사다. 우리 학교의 등굣길 인사다. 올해부터 의도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늘 들어왔던 말 중에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가족단위로 식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식사 중에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 오히려 소란스럽게 하는 아이에게 한마디라도 하면 부모는 상대편과 한 판이라도 벌여 보겠다는 기세다. 학교에서는 어떤가. 우리 학교에서도 간혹 문제를 일으킨 학부모와 상담해보면, '우리 집 애는 원래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것이다. 모든 집 아이들이 다 착했다면 그 나쁜 친구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다는 말인가.

밥상머리 교육, 이것은 밥 먹는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옛 말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밥상'(식사자리)을 끼니를 채우는 식사 본연의 목적뿐만 아니라 예절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곤 했다. 유년시절 필자의 집은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ㆍ자매가 늘 식사를 함께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숫대야에 조부모님 세숫물, 양칫물을방까지 갖다 드리고 다 끝나시면 버리고 우리들의 차례가 되어 세수를 마친 후 밥상에 둘러앉아 할아버지가 수저를 드는 모습을 지켜본 후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 자리에서는 밥만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조부모님께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다양한 정보를 말씀하는 자리였고, 어른들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자리였다. 그 예절과 예의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었고, 나아가 자연스레 질서와 나눔,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교육의 현장이었다.

이 밥상머리 교육은 유대인에게도 있었다. 유대인계 미국인 빅터 M. 솔로몬이 쓴 유대인의 생활방식이란 책도 '어머니의 베갯머리 교육과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으로 그 내용을 집약할 수 있다.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리의 가정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함께 밥을 먹는 밥상이 사라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각자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저녁에는 각자의 현장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혹 같이 식사한다고 해도 한쪽에서는 신문을, 한쪽에서는 휴대전화를 기웃거리며 말없이 식사에만 열중한다. 대화는 없고, 있다면 각자의 불만 표출이거나 학교성적, 금전문제 등 잔소리일 뿐이다. 요즘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밥상머리 교육, 즉 가정교육 부재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학교가 올해부터 주5일 수업을 시행한다. 주말을 통해,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정사(政事)는 베갯머리 송사에서 나오고 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머리 교육'을 제안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 하는 Family Day'로 정해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는 날로 실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잘 지켜진다면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가정도 회복되고, 장차 사회회복운동으로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매일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저 생명이 나중에 커다란 나무가 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소중한 결실을 본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오른다. 우리들의 소중한 미래와 꿈들의 웃음소리가 환해지고 행복해 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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