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희 논산 강경고 교장 |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과 서로 나누는 인사다. 우리 학교의 등굣길 인사다. 올해부터 의도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늘 들어왔던 말 중에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식당에 가보면 가족단위로 식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중에서 우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식사 중에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하든지 말리는 사람이 없다는 것, 오히려 소란스럽게 하는 아이에게 한마디라도 하면 부모는 상대편과 한 판이라도 벌여 보겠다는 기세다. 학교에서는 어떤가. 우리 학교에서도 간혹 문제를 일으킨 학부모와 상담해보면, '우리 집 애는 원래 착한데, 친구를 잘못 사귀었다'는 것이다. 모든 집 아이들이 다 착했다면 그 나쁜 친구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다는 말인가.
밥상머리 교육, 이것은 밥 먹는 예절의 중요성을 강조한 옛 말일 것이다. 우리 민족은 '밥상'(식사자리)을 끼니를 채우는 식사 본연의 목적뿐만 아니라 예절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곤 했다. 유년시절 필자의 집은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ㆍ자매가 늘 식사를 함께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숫대야에 조부모님 세숫물, 양칫물을방까지 갖다 드리고 다 끝나시면 버리고 우리들의 차례가 되어 세수를 마친 후 밥상에 둘러앉아 할아버지가 수저를 드는 모습을 지켜본 후 식사가 시작되었다.
식사 자리에서는 밥만 먹는 자리가 아니었다. 아버지는 조부모님께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다양한 정보를 말씀하는 자리였고, 어른들의 가르침이 존재하는 자리였다. 그 예절과 예의는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구성원들 간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측면에서 꼭 필요한 교육이었고, 나아가 자연스레 질서와 나눔, 가족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밥상머리 교육의 현장이었다.
이 밥상머리 교육은 유대인에게도 있었다. 유대인계 미국인 빅터 M. 솔로몬이 쓴 유대인의 생활방식이란 책도 '어머니의 베갯머리 교육과 아버지의 밥상머리 교육'으로 그 내용을 집약할 수 있다.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우리의 가정에서는 언제부터인가 함께 밥을 먹는 밥상이 사라졌다. 바쁘다는 이유로 각자가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저녁에는 각자의 현장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혹 같이 식사한다고 해도 한쪽에서는 신문을, 한쪽에서는 휴대전화를 기웃거리며 말없이 식사에만 열중한다. 대화는 없고, 있다면 각자의 불만 표출이거나 학교성적, 금전문제 등 잔소리일 뿐이다. 요즘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의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가 밥상머리 교육, 즉 가정교육 부재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학교가 올해부터 주5일 수업을 시행한다. 주말을 통해, 밥상머리 교육을 실천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정사(政事)는 베갯머리 송사에서 나오고 교육은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가족과 함께하는 밥상머리 교육'을 제안한다. 우리 학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주 금요일을 '가족과 함께 하는 Family Day'로 정해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는 날로 실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겠지만 잘 지켜진다면 잃어버린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 가정도 회복되고, 장차 사회회복운동으로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밥상머리 교육은 매일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다. 지금은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저 생명이 나중에 커다란 나무가 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소중한 결실을 본다는 생각에 가슴 벅차오른다. 우리들의 소중한 미래와 꿈들의 웃음소리가 환해지고 행복해 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