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인의 대전도시공사 사장 |
그러나 1만 가지에 육박하는 우리나라의 직업종류가 아직도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의 절반수준이라니 우리 경제가 아직도 성장해 나갈 부분이 얼마나 많은지 통계가 반증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경제, 사회, 문화적 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난 직업과 사라지는 직업을 구분했는데 예를 들면 새로운 입시제도의 등장으로 최근 자주 듣게 되는 입학사정관이라는 직업은 올해 처음으로 직업사전에 등재됐다. 안드로이드 공학기술자, LED조명 설계기술자 같은 생소한 용어들은 신기술의 개발에 따른 파급으로 새롭게 등장한 직업군이다.
반면에 사라지는 직업도 여럿 있는데 기술의 진보와 밀접한 연관이 있어 보인다.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수동식 전화 교환원이 직업사전에서 삭제됐고 또 얼마 전까지 각광받았던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된 직업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뿐만 아니라 은행업무나 자료검색 등 일상생활 대부분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하는 오늘날 손으로 일일이 전화가입자를 연결해주던 수동식전화 교환원의 역할이 없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급속한 IT산업의 발달에 따라 비디오테이프라는 자료저장매체가 맡았던 역할을 플로피 디스크, CD, DVD를 거쳐 이제는 손톱만한 SD카드나 휴대용 USB가 대신하고 있으니 비디오 테이프와 관련된 직업이 사라지는 것은 자동차가 보편화 되면서 마부(馬夫)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군인이나 농부처럼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고 앞으로도 여간해서는 사라지지 않을 직업도 있지만 신기술의 개발이나 새로운 사회제도의 도입은 직업을 새로 만들기도 하고 기존의 직업을 사라지게 하기도 한다.
문제는 사라지는 직업에 종사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산업에 종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자동차가 달구지를 대체(代替)했지만 마부가 트럭 운전사로 업종을 전환하지는 못했다. 수동식전화 교환원이 스마트폰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기술과 사회의 변화는 단지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도 변화와 진보의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서대전역 인근과 관저동을 비롯해 대전의 곳곳에는 대규모 방직공장이 위치해 있었고 대전의 중심산업으로 높은 위상을 자랑했었다. 당연히 공장마다 수백, 수천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집약적인 방직공업이 쇠퇴기에 접어들자 공장은 문을 닫았고 뜯겨진 기계는 좀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중국, 베트남 등지로 옮겨졌다. 방직산업이 사양화 되면서 대전도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만한 신산업을 찾아 육성해야 했지만 공장이 있던 부지가 아파트단지로 변했을 뿐 그정도의 고용창출력을 가진 대체산업이 아직 대전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 개인이건 기업이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범위를 확대하면 지역과 국가도 마찬가지다. 변화의 흐름을 정확하게 해석해 조직과 사회의 구성원들의 공감대 속에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은 기업의 CEO나 사회의 지도자나 공통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미덕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2주 남짓 남은 이번 총선거에서 인품과 도덕성은 물론이고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훌륭한 리더들이 많이 뽑혀서 지역과 나라의 발전을 앞당겨 주기를 기원해 본다. 그것이 오늘날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진정한 선량(選良)의 자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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