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응국 주역학자ㆍ홍역사상연구소장 |
경제는 대개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줄임 말이라 한다. '세상을 경륜하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경세(經世)'의 뜻을 몇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있지만 대개 경(經)자를 '경륜(經綸)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무난할 것이다.
'경륜(經綸)'의 글자를 보면 모두 '실 사( )'변이 들어 있다. '실을 다스리는 일(治絲之事)'로 비유한 것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모습을 마치 헝크러진 실(絲)과 같이 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경륜은 '그물'을 가리키는 글자로 쓰이기도 한다. 경(經)이란 그물의 대강(大綱)을 가리킨 것이니 그 규모를 세우는 것이고, 륜(綸)은 그물의 조목(條目)을 의미하니 규합(糾合)해서 이를 이루는 뜻이라 하겠다. 따라서 경륜은 어떤 목적을 갖고 일을 계획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말 실학자로 이름난 최한기(崔漢綺)가 말한 '사람을 뽑으려면 경륜이 있는 자를 뽑아야 한다[選人而選經綸]'는 뜻이나 홍대용의 『임하경륜(林下經綸)』에서 말하는 경륜의 용어가 바로 이 뜻을 담고 있다. '경륜있는 군자'란 바로 이런 사람이다.
경세(經世)라는 용어는 주역에서 찾을 수 있다. 주역은 전체 64괘 중에서 상경은 30괘, 하경은 34괘다. 상경중 건곤(乾坤)괘 다음에 만물이 처음 생한다는 둔괘(屯卦)에 '경륜(經綸)'의 '경(經)'자가 나온다. 어지러운 세상에 경륜있는 군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리(坎離)괘를 제외한 상경의 마지막 괘인 대과(大過)괘에 '돈세무민(遯世无悶:세상을 숨어도 민망함이 없다는 뜻)'의 '세(世)'자를 붙였다. 말하자면 주역 상경 중에서 둔괘에서부터 대과괘까지는 주로 인사의 도리를 설명하고 있는 바, 세상을 경륜하려는 것이 군자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소강절 선생의 『황극경세서』는 이러한 경세(經世)의 뜻을 서술한 것이다.
'경제'라는 용어도 처음 누가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이 용어 역시 주역책 속에서 근거삼지 않았나 싶다. 동양의 역사가 대부분 주역의 영향을 받아왔고, 역대의 왕조가 주역을 치세(治世)의 수단으로 이용해온 만큼 아마 무리한 주장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 태조 때, 『경제육전(經濟六典)』이란 책이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성리학을 바탕으로 세운 나라이기에 경제라는 철학적 용어에 충분히 익숙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제(濟)자의 출처 또한 주역의 맨 끝 괘인 기제(旣濟)미제(未濟)의 제(濟)자에서 취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는 둔괘(屯卦)에서의 경(經)자와 기미제괘에서의 제(濟)자를 취했다 볼 수 있는데, 주역적 관점에서 '경제'의 뜻을 풀자면, 경(經)은 경위(經緯)를 뜻하는 글자이기도 하다. 경(經)은 베틀로 베를 짤 때 쓰는 날실(세로실)을 말하며 위(緯)는 씨실(가로실)을 말한다. 날실과 씨실이 움직여서 의복이 만들어지듯이 군자가 어지러운 세상을 바르게 세우려는 뜻이 담긴 글자다. 즉 '규모를 정하고 계획을 세우는 일'을 경륜이라 한다면 일의 목적을 이룬 뜻이 제(濟)다. 경제란 인도의 처음 시작부터 끝까지 모두를 포괄하는 뜻이라 하겠다.
재물 이전에 덕이다. 대학에 '덕은 근본이요, 재물은 말단이다'하니 세상을 다스리는데 항시 덕을 근본 삼아야 할 것이다. 경제 역시 덕을 바탕 삼아서 '경세제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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