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준 천안 |
자신이 뽑은 시의원이 잿밥에만 신경 쓰고 그의 권한과 능력마저 상실해 가는 모습에 비애감을 느꼈을 게다.
시민들은 이번에 가결된 상당수 조례안을 두고 '장(長)자리 만들기 조례'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천안시의회가 지난 5년간 1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보인 천안시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주문한 지 불과 2개월 남짓밖에 안 됐는데 자신들은 이중지급과 혈세 낭비 논란을 겪는 조례안을 아무렇지 않게 원안 가결했다. 조례를 제정하는 시의원이기에 그럴 수 있다지만 그동안 천안시의 각종 위원회를 줄이라고 요구한 건 무엇 때문인지 앞뒤가 맞질 않는다. 일부는 시의원 짓(?) 그만두고 나오면 자신이 만든 조례에 따라 센터장으로 군림할 생각뿐이라며 조소 섞인 농()을 주고받고 있다. 한 시의원은 자신이 센터장에 앉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20일에는 한 시의원이 저가로 여가와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한 읍면동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수강료의 상한제를 폐지해 달라고 일부 조례안 개정을 요구했다. 그 시의원은 시민의식이 향상됐다며 1만원 상한제 폐지를 주장했지만, 내면적으로 투표권에 영향이 큰 일부 주민자치위원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게다.
시의원의 본 임무인 행정부의 예ㆍ결산 검사마저 포기한 모습이다. 시의원의 전문성 결여 등을 이유로 전문위원들을 둬 시의원을 돕도록 했지만, 전문위원이 힘들다며 이들을 위한 또 다른 보조원을 두도록 조례를 제정했다. 자신들의 무지를 핑계 삼아 위법논란도 무시한 모습이어서 하는 일을 그만두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시의원은 시민의 상징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일꾼임을 잊지 말길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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