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그러나 이맘때가 되면 유권자들은 “누구를 뽑을 것인가?”라는 고민에 시달리게 된다. 방송 토론을 보든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내주는 입후보자 안내 유인물 등을 보면 후보자들 모두가 인물도 좋고, 학력이나 경력도 화려하다. 공약은 더해 수십 가지가 될 정도로 현란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만 봐서는 도저히 사람을 가릴 수가 없다. 입후보자들은 한결같이 국민의 편에서 머슴이 되어 일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장밋빛 약속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약속을 믿고 수없이 많은 투표를 해왔지만, 나중에 “이번엔 정말 잘 뽑았다”라며 만족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또다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름대로의 선택을 위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 온갖 감언이설에 휘둘리다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보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따라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은 하나씩 지워나가고 마지막 남은 한 사람에게 표를 던지면 그래도 유권자로서 충실한 투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면 그 잣대, 기준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그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인권'이 잣대가 될 것이고, 경제적 윤택을 갈망한다면 '경제'가 될 것이다. 취업이 안 되어 방황했다면 '취업'이 될 것이고, 자녀 교육에 어려움을 겪은 사람이라면 '교육'을 따져볼 것이다. 안보ㆍ국방이 늘 불안함을 느꼈다면 '안보'가 잣대가 될 것이다.
이번에 내가 생각하는 잣대는 '정직'이다. 국민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나선 사람 가운데 국민을 사랑하지 않고 국리민복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직이 바탕이 되어 있지 않으면 모두 허무한 수사(修辭)에 그치고 말 것이다. 정치인은 초지일관(初志一貫)이 생명이다. 무엇이든 자주 바꿔온 정치인은 우선적으로 지울 것이다. 초지일관하지 못하다는 것은 결국 정직하지 못하다는 것이고 이러한 사람은 또다시 같은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30만의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이, 4000만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통령이 정직하지 못하다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믿고 의지하는 지도자들이 그때그때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직을 헌신짝처럼 내던진다면 온 국민이 겪어야 할 배신감이나 불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것은 바로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정직이기 때문이다. 영국 속담에도 '하루만 행복하려면 이발을 해라. 일주일 동안 행복하고 싶거든 결혼을 해라. 한달 동안 행복하려면 말(馬)을 사고, 한 해를 행복하게 지내려면 새 집을 지어라. 그러나 평생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정직해라'라는 말이 있다. 이토록 정직은 영원한 가치이고 불멸의 가치인 것이다.
결국 건전한 시민으로, 한 국민으로 무엇인가 사회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움의 근본에 정직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지난해 건양대학교 개교20주년을 맞아 교시(校是)를 '정직'으로 새롭게 제시한 바 있다. 교문 입구에 '정직'이라는 두 글자를 크게 새긴 비(碑)를 세워 대학의 문을 드나드는 학생들을 비롯 모든 사람들이 정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과거로부터 숱한 선현(先賢)들이 정직을 강조한 가르침을 남겨왔으며, 우리 대학에서도 정직한 인성이 바탕이 된 인재를 길러 정직한 사회와 국가를 이끌어나가는 견인차가 되도록 힘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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