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찬 전 총리의 출마 선언에 대해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표현했다. 다른 대항마들의 심경은 그 반대일지 모른다. [뉴시스 제공] |
단독 선거구 하한선인 10만3469명에 미달하는 세종시가 독립 선거구가 된 것도, 정식 행정단위로 출범하지 않은 세종시가 정치 데뷔를 하자마자 새로운 정치 1번지가 된 것도 세종시의 상징성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상징체계는 관념과 사상에만 머물지 않고 구체화하며 살아 있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편의상 이것을 세종시의 '확장성'이라 부르기로 한다. 세종시는 분명히 지역성, 장소성으로 충청권이라는 지역의 궤적을 나타내는 총체적 실체이면서 정치적으로는 낙동강벨트, 강남벨트 버금가는 금강벨트의 핵심 축으로 충청권의 25번째 선거구 그 이상이다. 과천과는 달리 수도권의 일부도 아니요, 반쪽 행정도시를 딛고 행정수도 기능을 수행하게 될 확장성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확장성은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미치며, 정치적 기회구조의 변화에 대한 상징성은 국회 의석 1석 그 이상이다. 지역주민 역시 세종시에서 지역발전을 기대하면서도 지역의 한 신도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직은 비약이지만, 이를 최대한 확장했을 때는 세종특별자치시를 워싱턴 DC(컬럼비아 특별구)와 같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만들 적임자가 누구인지로도 모아진다.
총선 후보, 시장 후보 들의 면면을 보면 나름대로 세종시와 긴밀한 인연을 가진 인사들이다. 초대 세종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최민호, 민주통합당 이춘희 두 전직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자유선진당 유한식 전 연기군수도 이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정당들도 이유 있는 논리를 전개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세종시 원안 가결에 기여한 점을, 민주통합당은 세종시를 시작한 적자(嫡子)임을 내세운다. 자유선진당은 세종시 사수에 애썼음을 부각시키려 든다.
그런데도 세종시에 국한해 보면 과거처럼 피부에 와 닿는 심판거리가 없다. 18대(2008년)에 비할 때 이번 선거는 충청권의 지역 구도가 완화된 가운데 치러진다. 선진당을 예로 들면 핫바지론 등의 이슈에 힘입어 자민련 당세가 급신장했던 15대(1996년)에 비해 상황이 현저히 좋지 않다. 자민련이 4석(56만9083표)에 그친 17대(2004년) 총선보다야 낫지만 지역주의가 퇴조했다. 전국적으로는 여당과 포괄적인 야권연대의 1대 1 구도가 완성된 가운데 치러진다.
세종시 선거는 따라서 충청권이라는 지리적 분절성 또는 이념적 거리보다 세종시를 잘 살릴 유효 정당(relevant party)을 어디로 보느냐 여부, 상대적으로 그간 공주(12만)에 밀렸던 연기군민(8만)의 선택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충청권 전역 판세와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데다 총선 구도가 대선 전초전인 점도 무시 못할 부분이다. 시작은 상징성으로 정치 1번지에 등극했지만 결과는 상징주의 아닌 지역발전과 국가균형발전을 이끌 사실주의로 귀결될 것 같다. 최초의 세종특별자치시 '빅매치'는 상징성을 넘어 존재론적 자기 정체성 찾기의 과정이기도 하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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