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윤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 |
똑똑한 소수가 세상을 주도하던 이코노믹스의 시대가 저물고, 다수의 총의를 모은 조직이 생존을 넘어 미래를 지향하는 위키노믹스(Wikinomics, 위키피디아의 Wiki + 경제학의 Economics) 시대가 열렸다. 브리태니커도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은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을 통해 개체의 능력 범위를 넘어선 집단적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1910년대 하버드 대학 곤충학자인 윌리엄 모턴 휠러가 개체로서는 미미한 개미가 누구의 지시나 통제 없이 단지 서로 유인하고 동원하는 집단의 힘으로 거대한 집을 만드는 것을 보고 창안한 용어다.
다수의 일반 집단은 소수의 전문가 능력을 뛰어넘기도 한다. 영국의 유전학자 프랜시스 골턴은 황소의 무게를 맞추는 대회를 열었는데, 소수의 소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다수의 군중들이 제시한 평균값이 실제 소의 무게에 불과 0.8% 차이가 날 정도로 정확했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대에서는 인체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만드는 게임인 '폴드잇(FoldIt)을 개발했는데 컴퓨터가 10년간 못 푼 문제를 6만명의 게이머가 단 10일 만에 '집단지성'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게이머들은 단백질 구조를 찾으려고 경쟁을 통해 에이즈와 치매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고 한다.
과학이론에서 출발한 집단지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이르는 전 영역으로 확장되며 위키노믹스 시대를 이끌고 있다. 과거 “천재 1명이 수십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외쳤던 대기업도 집단지성의 힘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애플 앱스토어의 앱은 애플이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제작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국내 기업들도 누구나 아이디어나 제언을 올릴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열고 있다. R&D가 아닌 C&D(Connect and Development), 내부와 외부의 지적재산이 결합된 개방형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미 소비자들의 집단지성으로 개발된 냉장고와 밥솥 등 다양한 제품들이 상품화 되고 있다.
'위키노믹스'의 저자인 돈 탭스코트는 “위키노믹스가 정치 혁명과 손을 잡는 등 더욱 강력해진 집단지성으로 나타나면서 비즈니스를 넘어 일상까지 바꾸는 매크로 위키노믹스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월가 시위, 아랍권 국가들의 독재권력 타도, 국내 팟캐스트 등의 집단지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변화시켰다.
우리나라도 공유와 참여에 의한 집단지성의 좋은 사례들은 많다. 붉은 악마들의 월드컵 응원,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장애인 성폭력 방지 촉구, 쓰레기 종량제도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로 성공한 사례다.
4월 국회의원 선거 열풍이 벌써 거세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선거를 치르면서 매번 후회와 실망을 거듭해왔다. 그렇지만 위키노믹스시대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이번 선거는 다를 것이다. 후보자들은 네티즌들에 의해 과거의 행적과 가치기준 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될 것이며, SNS로 무장한 자발적인 실시간 부정선거 감시단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집단과 지역주민들은 스스로 공약을 만들어 그에 대한 후보자들의 의견을 청취할 것이며, 당선되더라도 그들의 공약이 이행되는지를 철저하게 감시받게 될 것이다.
국민의 높은 관심과 참여로 형성된 집단지성이 만든 19대 국회는 또 그만큼 우리의 삶과 미래에 희망을 실현해 주는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위로부터의 계획으로 만들어지던 세상이 아니라 밑에서부터 자율적으로 만드는 세상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이 발현될 선거, 그리고 우리가 변화시킬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와 미래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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