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중 지방부장(부국장) |
선거판에도 바람이 자주 불었다. 옛 자민련 돌풍이 거셌고 4년 전 18대 총선에서 분 친박(親朴) 바람과 함께 자유선진당 바람이 그렇다. 또한 우리지역에서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바람이 거센 적도 있었다. 2006년 5ㆍ31 지방선거 며칠 전 박근혜 대표가 테러를 당했고 깨어나자마자 지방선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받고 “대전은요?”라고 물었다고 전해지면서 박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상당히 열세였던 박성효 후보가 결국 역전에 성공하면서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18대 총선에서는 자유선진당 바람이 선거 1주일 정도를 앞두고 거세게 불기 시작해 결국 대전ㆍ충남에서 거의 싹쓸이를 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선 변화를 갈망하는 성난 민심으로 야당 지지 돌풍이 있었다. 안철수 서울대교수의 이른바 안풍(安風)이 거세게 불었고 젊은이들의 새로운 트렌드인 트위터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바람이 태풍급으로 불었다.
이번 4월 총선에선 어떤 바람이 불까. 그간에는 '풍이 어떻고' '이제 선거가 재미있게 됐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것은 선거를 너무 가볍게 보고하는 말이다. 자연 바람은 몰라도 선거바람은 좋지 않다. 선거에 바람 운운하는 것은 선동적일 수 있고 선거를 한낱 경기처럼 생각케 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선거바람을 일으키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그러한 바람에 휩싸여서는 안 된다.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오는 29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한다. 공천에서 대폭 물갈이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저절로 좋아지고 국가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역대 총선 때마다 각 정당이 앞 다퉈 공천 물갈이에 나섰고 그 결과 초선의원 당선 비율이 13대 56.5%, 14대 39.8%, 15대 45.8%, 16대 40.7%, 17대 56.5%, 18대 44.5 %에 이르렀지만 정치의 품질이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정치 수준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 수준에 훨씬 못 미치고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하위권이다. 물갈이 공천은 '빼내는 물' 못지않게 어떤 물을 새로 채워 넣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공천도 지역에서는 '그나물에 그밥'이란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의 인물난 등의 한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8대 국회가 뭔 일을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 다시 실수를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헌법기관으로서 민생법안과 정치쇄신을 위한 제도 개선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들 밥그릇 챙기는 데는 몰염치한 편법과 꼼수를 가리지 않았다. 전기톱과 해머가 춤추고 최루탄 활극까지 벌이면서 4년 내내 예산합의처리에 실패했던 18대 국회다. 만나면 싸우던 여야는 의석을 300석으로 늘리는 일에는 손을 맞잡았다. 19대에서도 이러면 안된다. 이 같은 정당정치의 염증은 지난해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과정에서 나타났다. 안풍 현상과 박원순 시민 후보의 당선은 바로 기존의 여야 정당정치를 능가하는 제3의 정치세력의 등장을 현실화했다. 이로써 제도권 정치의 무기력함과 천박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당시 서울시민의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폭발적이었다. 올 총선에서도 확산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유권자가 진정 정치의 변화를 바란다면 정치권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된다. 후보들의 전력과 행적 등을 철저히 검증해 잘 선택하는 것이 유권자의 권리이며 의무이자 자구책이다. 지연ㆍ학연ㆍ혈연에 얽매여선 안 된다. 낡은 이념 갈등을 조장해 국민을 편 가르거나, 헌법과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우습게 여기는 인물은 없는지도 꼼꼼하게 살펴볼 일이다. 그래야 이 나라가 바로선다. 물론 바람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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