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봉초와 권련 - 담배말이기술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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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봉초와 권련 - 담배말이기술의 진화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2-03-20 14:22
  • 신문게재 2012-03-21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고객창출협력과장
요즈음은 금연이 화두가 되고 있다. 담배 속에는 매우 많은 유독물질이 있고 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하여 한쪽에서는 담배산업의 발전과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담배의 해독성을 강조하면서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역설적인 일이 펼쳐지고 있다. 한 가지 물질을 두고 이처럼 상반된 입장에 처해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담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너그럽게 받아들여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이야기와 관련 세간 물품들이 많이 고안되어 사용됐다. 어떤 옛이야기를 시작하려면 '호랑이가 담배피던 시절'이라고 먼저 운을 떼고 시작했는가 하면, 옛 노래에도 담바고타령이 있어 담배를 소재로 삼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하면 으레 담배와 담뱃대를 떠올리고 한국인하면 머리에 쓰는 갓과 담뱃대가 상징처럼 그려지곤 했다. 곰방대, 빨주리, 재떨이, 담배함, 담배주머니와 부싯돌 등 담배관련용품들도 매우 다양했다. 이러한 용품들은 담배를 어떻게 피우냐에 따라 고안해 사용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담배는 일년생으로 옥수숫대에서 옥수수를 따듯이 담뱃대에서 넓은 담뱃잎을 따고 말려서 잘게 썰거나 부스러뜨려서 곰방대에 넣고 불을 붙여 피우거나 종이에 말아서 피우곤 했다. 담배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하나는 창고처럼 생긴 담배말리는 집을 만들고 그 안에 담뱃잎을 새끼줄에 엮어 줄줄이 매달아놓고 불을 때서 강제로 말리는 종류가 있었고, 다른 한 가지는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 담뱃잎을 새끼줄에 엮어 줄줄이 매달아 놓고 자연건조 시키는 것이 있었다. 담배말리는 일은 상당히 까다로워서 아주 무더운 여름날 잘 성숙한 노릇노릇한 담뱃잎을 따다가 밤을 새우면서 새끼줄로 엮어서 말리는 중노동이었다. 어떤 이들은 담뱃값을 아끼려고 담뱃대에 남아있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작은 담뱃잎을 모아 말려서 종이에 말아 피곤했다.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었다.

질 좋은 담뱃잎은 담배공장에서 가공해 봉초와 권련으로 생산했다. 지금은 권련만 생산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담뱃잎을 잘게 썰어서 봉지에 담아 파는 봉초가 있었다. 봉지 속에 들어있는 잘게 썰린 담배를 곰방대에 넣어 피우거나 종이에 말아 피웠다. 종이가 귀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포대종이든 신문지든 가리지 않고 말아 피웠다. 심지어는 교과서나 공책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손주녀석의 교과서나 공책을 찢어서 말아 피우는 일도 적지 않아 교과서나 공책이 누더기가 되는 촌극도 벌어지곤 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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