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간경계가 지나는 골목의 오른쪽은 동구, 왼쪽은 대덕구여서 주민불편과 행정력 낭비가 발생하고 있다. |
반면, 구간경계선이 지나는 골목은 음식물쓰레기 수거부터 우편물 배달에 가로등 관리까지 소속을 달리하는 기관에서 두 번씩 이뤄지는 행정낭비도 발생하고 있다.
19일 찾은 오정동의 대덕구청과 홍도동의 동구보건소 사이 한 골목은 꾸불한 구간경계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홍도육교에서 호남선 철도를 따라 내려오던 동구-대덕구의 구간경계선은 이곳 주택가에서 샛길로 빠져나와 철도 옆 주택 40여 채를 대덕구에 편입시키며 대전천으로 이어진다.
대덕구에 주소를 둔 주택 40여 채는 철길에 막혀 오정동과 생활권이 단절됐고, 주택가 정면에 마주한 동구 홍도동과는 구간경계선으로 분리된 섬에 가까운 상태였다.
골목의 오른쪽은 동구이고 왼쪽은 대덕구이다 보니 음식물쓰레기와 종량제봉투 수거는 동구ㆍ대덕구 소속 환경관리요원이 2번, 우편물도 소속을 달리한 우체국에서 2번 다닌다. 골목의 오른쪽 보안등은 동구청에서 관리하고 왼쪽 보안등은 대덕구 관할이다. 때문에 구간경계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당황스런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곳에서 만난 정용부(67ㆍ대덕 오정동) 씨는 “몇 해 전에 마을에 도둑이 들어 범인을 붙잡아 지구대에 연락했는데 범행장소가 구간경계선을 넘어 자기네 구역이 아니라며 다른 지구대에서 다시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며 “다급한 상황에 가까운 곳에 연락하지 누가 행정구역을 생각해 신고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박인호(50)씨는 “이곳에서 동구보건소까지 걸어서 5분인데 행정구역이 다르다고 버스로 1시간 걸리는 대덕구보건소까지 찾아가야 한다”며 “광역시 안에서 행정서비스는 동등하게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지역은 그렇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주은수(동구 가양동)씨는 “경계가 지나는 골목에 누군가 상습적으로 쓰레기를 쌓아놔도 어느 구청도 앞장서 단속하지 않고 CCTV를 놓자고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불합리한 경계선에 불편을 겪는 주민이 많지 않고 목소리도 작아 개선되지 않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현상은 가양비래공원에서 대전천까지 골목으로 이어진 동구-대덕구 구간경계선(7㎞) 주변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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