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세]대전시의 불법 주ㆍ정차 단속 강화에 부쳐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용세]대전시의 불법 주ㆍ정차 단속 강화에 부쳐

[시사 에세이]김용세 대전대 교수

  • 승인 2012-03-19 14:07
  • 신문게재 2012-03-20 20면
  • 김용세 대전대 교수김용세 대전대 교수
▲ 김용세 대전대 교수
▲ 김용세 대전대 교수
영국 옥스퍼드시 인구는 대략 15만명쯤 된다. 대전시 서구 인구의 3분의 1 정도다. 이 작은 도시에 매년 1000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몰려든다. 도로사정은 좋지 않다. 거의 모든 도로가 왕복 2차로 길이고, 여기저기 차 없는 거리와 일방통행로가 지정되어 있다. 그런데도, 시간대에 따라 정체가 발생하긴 하지만, 자전거와 자동차가 뒤섞여 원활하게 소통된다.

무엇보다도, 그곳에는 불법 주정차가 없다. 남이야 불편하건 말건 '너희가 모두 참으면 나 하나 편하다'는 식으로 양쪽 방향지시등 깜박이며 길 막고 서 있는 '몰염치족'도 없다.

한국사람 중에는 '그들의' 드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하면서 '한국인 근성'을 스스로 폄훼하는 이가 많다. 그렇지만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스쳐 지나는 여행객들도 잘 모를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옥스퍼드 시내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파란 제복 입은 사람이 주차 단속원이라는 사실을. 준법정신으로 소문난 독일 운전자들이 사진 찍히거나 딱지 떼일까봐 얼마나 긴장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서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엄격하고 공평하게 적용되므로 시민이 그 법을 따르는 것이다.

대전시가 오는 26일부터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한다고 한다. 불법 주정차는 이기적인 운전자 한 명이 수많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수 백억원 들여 개설한 도로를 불법 점거한다는 의미에서 혈세 낭비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시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한다면서 동시에, 민원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한편으로는 시민 여론을 받드는 척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과 담당공무원들이 욕먹지 않기 위해 적당히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으니, 이번에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전시가 진정 불법주정차를 뿌리 뽑고자 한다면,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에서의 법집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차해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분명히 정해 주고, 위반차량은 경중이나 개인적 사정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화물배송, 택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차량에 대해서는 일정한 구역을 정해서 단시간 정차를 허용하면 된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찾아 먼길을 돌아가듯, 운전자들도 언제나 목적지 문 앞에 정차하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둘째, 유료주차장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종 이익단체에 노면 유료주차장 운영권을 나눠주는 것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많은 시민이 그들에게 이권을 나눠준 이유를 궁금해 한다. 대신, 유럽의 일부 도시처럼 주차권을 구입해 게시해 두는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아니면, 요즘 흔해빠진 스마트기기를 활용해서 주차요금 부과와 징수가 실시간으로 시와 구에 전송되도록 해도 된다. 시민들이 주차요금의 정직한 징수와 올바른 사용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차요금을 차량유지비의 일부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셋째, 걸핏하면 인력부족을 탓하는 단속 부서를 혁신해야 한다. 대전시의 모든 도로에서 동시에 주차단속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주차단속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단속원을 늘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일자리를 원하는 주부와 장년층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들에게 폭언ㆍ협박하는 사람을 예외 없이 형사처분하면 그런 행위는 단기간 내에 근절된다.

모 언론의 지난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민의 88%가 지속적인 주차단속을 원한다고 한다. 대전시가 진심으로 시민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번거로움이나 불법행위자의 원망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의 준법의식을 부러워마라. 관청만 달라지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