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세 대전대 교수 |
무엇보다도, 그곳에는 불법 주정차가 없다. 남이야 불편하건 말건 '너희가 모두 참으면 나 하나 편하다'는 식으로 양쪽 방향지시등 깜박이며 길 막고 서 있는 '몰염치족'도 없다.
한국사람 중에는 '그들의' 드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하면서 '한국인 근성'을 스스로 폄훼하는 이가 많다. 그렇지만 직접 가보지 않은 사람은 물론, 스쳐 지나는 여행객들도 잘 모를 것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옥스퍼드 시내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파란 제복 입은 사람이 주차 단속원이라는 사실을. 준법정신으로 소문난 독일 운전자들이 사진 찍히거나 딱지 떼일까봐 얼마나 긴장하는지도 잘 모를 것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서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 아니다. 법이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엄격하고 공평하게 적용되므로 시민이 그 법을 따르는 것이다.
대전시가 오는 26일부터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한다고 한다. 불법 주정차는 이기적인 운전자 한 명이 수많은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파렴치한 행동이다. 수 백억원 들여 개설한 도로를 불법 점거한다는 의미에서 혈세 낭비의 요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시는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한다면서 동시에, 민원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즉, 한편으로는 시민 여론을 받드는 척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과 담당공무원들이 욕먹지 않기 위해 적당히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으니, 이번에도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대전시가 진정 불법주정차를 뿌리 뽑고자 한다면, 일본이나 유럽 선진국에서의 법집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주차해도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을 분명히 정해 주고, 위반차량은 경중이나 개인적 사정을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화물배송, 택배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차량에 대해서는 일정한 구역을 정해서 단시간 정차를 허용하면 된다.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를 찾아 먼길을 돌아가듯, 운전자들도 언제나 목적지 문 앞에 정차하려는 강박을 버려야 한다.
둘째, 유료주차장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각종 이익단체에 노면 유료주차장 운영권을 나눠주는 것은 당장 중지해야 한다. 많은 시민이 그들에게 이권을 나눠준 이유를 궁금해 한다. 대신, 유럽의 일부 도시처럼 주차권을 구입해 게시해 두는 방식을 활용하면 된다. 아니면, 요즘 흔해빠진 스마트기기를 활용해서 주차요금 부과와 징수가 실시간으로 시와 구에 전송되도록 해도 된다. 시민들이 주차요금의 정직한 징수와 올바른 사용을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주차요금을 차량유지비의 일부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셋째, 걸핏하면 인력부족을 탓하는 단속 부서를 혁신해야 한다. 대전시의 모든 도로에서 동시에 주차단속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주차단속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도록 만들지 못하면 단속원을 늘린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일자리를 원하는 주부와 장년층을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고용하는 방안도 있다. 이들에게 폭언ㆍ협박하는 사람을 예외 없이 형사처분하면 그런 행위는 단기간 내에 근절된다.
모 언론의 지난 16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전시민의 88%가 지속적인 주차단속을 원한다고 한다. 대전시가 진심으로 시민의 뜻을 받들고자 한다면 일시적인 번거로움이나 불법행위자의 원망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
외국인의 준법의식을 부러워마라. 관청만 달라지면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