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현(64ㆍ(주)남선기공 회장) 대전상공회의소 제21대 신임 회장이 지난 14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돌입했다. 올해는 대전상의가 창립 80주년을 맞는 의미있는 해로, 손 회장은 지역 대표 경제단체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업목표와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각종 경영지원사업 확충을 통해 지역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경제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으로 지역경제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각오다.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만나 그의 성장과정과 인생역경, 앞으로의 대전상의 운영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39세에 아버지 기업 물려받아
▲ 손종현 대전상공회의소 회장 [사진=이민희 기자] |
1948년 대전에서 태어난 손종현 회장은 신흥초, 대전중, 대전고를 나와 1971년 경희대를 졸업했다. 1974년 육군 만기 전역 후 아버지(고(故) 손중만 회장)의 회사에 상무로 입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7세. 이후 32세에 결혼과 함께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39세인 1986년부터 회사의 경영을 맡게 됐다. 아버지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손 회장은 충남대 경영대학원, 한남대 중소기업대학원, 고려대 경영대학원, 배재대 국제통상대학원 등을 수료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현재는 대전산업단지협회 부회장, 대전지방검찰청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대검찰청 전국범죄피해자연합회 부회장,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회장님 어린시절 이야기 좀 들려주시죠.
“대전 인동에서 출생해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어요. 이후 원동과 연구단지 아파트 등 대전에서만 모두 4번 이사를 했죠. 대전중학교 입학시험 때 수험번호가 1195번으로 기억이 납니다. 당시 아버지가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계셨는데, 라디오를 통해 아들의 중학교 합격자 발표를 들으시고 퇴원을 하셨죠. 국민학교(현재 초등학교) 때에는 반에서 1ㆍ2등, 중학교시절에도 1ㆍ2등했죠. 그 덕에 대전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어요. 당시 대전고 입시는 보통 4~5대 1 수준으로 치열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몸이 아파서 1년을 쉬었죠…. 대학 진학과정에서는 1차 시험에서 떨어져, 후기로 경희대 경영학과를 갔습니다. 당시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처음으로 실패를 경험했어요. 어이가 없더라고요.”
-아버지의 회사는 어떻게 들어가게 됐나요.
“유학준비 중에 적당한 학교에 들어가서 유학공부하는 것이 좋을 듯 해서 경희대를 가게 됐는데, 결국엔 아버지께서 보내주지 않아 유학을 못 갔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 갔다와서 세계일주를 40일간 다녀오고 나서 27살에 아버지 회사에 상무로 입사를 하게 됐습니다.”
-회사 경영은 언제부터 하신건가요.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해 자재구매 등 모든 업무를 도맡아 직접 했죠. 그러던 중 39살이던 1986년에 아버지께서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고, 젊은 나이에 회사를 맡게 됐습니다. 돌이켜 보면 운영난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아버지께서 세상을 일찍 뜨셨던 것 같아요”
-회사를 맡을 때 심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요.
“당시 중도일보 이웅렬 회장님이 '젊은 아이가 회사를 맡게 됐다'하시면서 '큰일이 났다'고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손 군 잘해봐'하면서 격려를 많이 해 주셨죠. 이 회장님이 집에 3번 찾아와 격려를 해 주셨어요. 그 감사함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형제와 슬하의 자녀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3남4녀 가운데 장남이고, 슬하에는 1남1녀의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아직 결혼을 못 시켜 걱정이에요. 아들(손유구씨)은 회사의 상무로 있어,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인생철학이 궁금한데요.
“기업이 부도가 나면 회생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용과 기술이 있으면 기업은 살아납니다. 어린 시절 건강이 좋지 않아 2번을 크게 고생하면서, 술ㆍ담배 등을 안하고, 심신의 절제를 하고 있습니다.”
# 외국어는 공부가 아닌 습관이다
손 회장은 취미가 외국어 소리내어 읽기라고 말한다. 손가방에 늘 영어책과 중국어책 등을 소지하고 다닐 정도다. 지금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을 항상 공부하고 있는 그는 외국어는 습관이 중요하다며 많이 접해야 잘할 수 있다고 했다.
-혹시 좋아하는 운동은 있으신지요.
“회사나 집 근처에서 산책과 등산을 주로 하고, 탁구도 자주 합니다. 골프는 보기플레이 정도지요.”
-회장님은 외국어도 능통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일본어 40년, 영어 30년, 중국어 6년 됐습니다. 일본어는 대화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능통한 편이고, 영어는 읽는 것은 자신이 있는데 대화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습니다. 영어는 15년 동안 학원에 다녔고, 중국어는 주말에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해서 배우고 있어요. 외국어는 공부가 아닌 습관입니다. 많이 듣고, 말하고, 쓰고, 많이 접해야 합니다.”
“한자도 어려서 배웠죠. 한자는 대부분 사람이 읽기는 하는데 쓰기는 잘 못하는 경우가 많죠. 나는 못 쓰는 한자가 거의 없어요(웃음). 한자는 아버님께 배웠죠.”
-업계에는 회장님 성격이 좀 소심하시다는 얘기가 있던데….
(웃음)“소심보다는 치밀하죠. 일본 등 선진국을 보면 사람들이 아주 치밀합니다. 반면 한국사람은 오자가 많고, 숫자를 틀리는 경우가 많아요. 이 경우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죠. 내가 지금이 있기까지는 언제나 철저하고 치밀하게 챙긴 결과고, 그로 인해 여기까지 온 것이죠.”
#화합을 도모하는 회장
대전상의 제21대 회장 선출이 경선으로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손 회장은 회원을 진정으로 위하고, 우리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상의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경제와 회원사를 위해 화합하고 신뢰성을 보여준다면 우려하던 후유증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광철 대전교통 대표와 경선을 치르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요.
“회장에 뜻이 있는 상의 회원이 있으면 경선을 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 꽃인데…. 회장 선출과 관련해서 큰 갈등이나 대립은 없었습니다. 나는 나대로 지역에서 활동을 했고, 그분(김광철 대표)도 나름대로 활동을 했죠.”
-회장 당선 이후 김광철 대표와 연락은 있으셨나요.
“당선되고 공식석상에서 '(김 대표에)감사하다.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했을 때 지금은 낙담하고 있을 시간으로 냉각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는 연락을 안하는 것이 (김 대표를)도와주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냉각기가 지난 다음 이달말쯤 뵐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회장 선출시 김광철 대표를 지지한 의원들과의 화합 방안은 있으신가요.
“먼저 그들 의원을 맨투맨으로 찾아가 만나볼 생각입니다. 일부에서는 '끝난 일인데요'라는 말도 있고요. 김 대표는 따로 만나고, 나머지 의원들도 모두 찾아갈 겁니다.”
# 집단경영체제의 대전상의 만들겠다
손 회장은 신규회원 가입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 구축으로 회원사를 확충할 예정이라며, 회원 상호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3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조그만 가게처럼 2~3명이 근무하는 지역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대덕밸리 내 벤처기업들을 상의 회원으로 많이 끌어들이고 싶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의 캠페인 계획은 있으신가요.
“상의 임원진들의 모임에서 사무국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개발할 것입니다. 회장 혼자서 결정하지 않고, 부회장, 감사, 상임의원들과 함께 집단경영체제를 만들 생각입니다. 부회장 등 자수성가한 의원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모은다면 깜짝 놀랄 만한 일이 생길 겁니다.”
-상의 회비를 미납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조치방안은 있는지요.
“기존의 방식과는 다른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기업을 의원들에게 나눠주는 분담제를 도입해 한 사람이 20~30개 기업을 맡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회비도 받게 하고…. 집단책임과 의무를 주겠습니다.”
-한ㆍ미 FTA가 지난 15일 발효됐는데, 지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요.
“거국적으로 볼 때 한국에 플러스(+) 요인이 될 것입니다. FTA를 통해 나온 이익을 소외된 농어민들에게 지원하고, 크게 봐서 이익부분을 불리한 쪽에 지원하면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끝으로 지역 상공인들에 한 말씀 해주시죠.
“모든 상공회의소 회원분들과 함께 지혜와 역량을 집중해 우리 지역이 대한민국의 경제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대전상공회의소가 나아갈 방향과 펼쳐나가는 사업에 대해 여러분들께서 변함없는 관심과 애정 어린 질책을 보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대담=백운석 경제부장(부국장)· 정리=박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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