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승 배재대 미디어센터장 |
탈북자들에 대한 문제는 북한의 고문과 박해도 문제이지만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다시 붙잡아 북한에 강제로 돌려보내는 중국의 행위도 문제다. 탈북자들이 송환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폭행과 수용소에서의 강제노동이며 심지어는 처형까지도 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강제송환은 반(反)인륜적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다. 그야말로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격이다. 그런데 생사가 걸린 탈북자 송환과 그들의 인권에 대한 우리의 목소리는 언제부터인가 반쪽에서만 외치는 것으로 되어 버렸다. 국가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정치인들은 권력을 추구하는 정쟁 속에서 탈북자들의 인권에 대해 여권은 형식적으로, 야권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오고 있음을 보게 된다.
사실 인권은 계몽주의의 천부인권에서 유래한다. 즉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보존 및 자기방위의 권리와 자유 및 평등의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인권을 얻고자 했던 것이 바로 프랑스 혁명이었고 서구사회는 그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를 얻을 수 있었다. 한국사회 역시 지난 30여 년 동안의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확보를 위해 부단히 투쟁해 왔다. 그런데 그렇게 부르짖어 왔던 인권이 정작 탈북자 인권에서는 정치권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 문제는 정치나 외교적 문제 이전에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추구하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지성인이라면 이러한 생사가 걸린 인권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이념의 다름을 떠나 한목소리로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지성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비판의식과 성찰의 정신, 그리고 실천적 행동이다. 즉 항상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어야 하며, 결과를 즉각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에서 작가였던 에밀 졸라가 자신의 이념과는 상관없이 드레퓌스의 무죄를 주장했듯이 지성인이라면 자신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성인들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탈북자들의 강제송환 문제만큼은 순수한 인간애적인 차원에서 한목소리로 부당함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저런 이념적인 이유로 더 이상 북한의 인권문제에 눈 가리고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학생인권을 그렇게도 주장했던 만큼 지성인이라면 북한 인권에도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경제는 일류인데 정치는 삼류'라고 했다가 혼쭐이 난 모 재벌 총수의 말이 떠오른다. 성찰 없이 비판의식만 가득하고, 권력획득을 위해 이념으로만 무장한 우리의 정치판이 진정한 지성인의 정치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진솔한 비판의식과 성찰적 태도로 탈북자 강제송환 문제에 한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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