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상황이 이렇게 되기까지 대전시와 시체육회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송재철 한수원 축구단장은 14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본사가 경주로 이전하는 데 축구단도 당연히 (경주로)가야된다”고 연고지 이전 결심을 굳혔음을 시사했다.
이어 “지금 경주에서 (연고지 조속 이전을 요구하며) 들고 일어났다”며 “안 할 수 없는 일이고 (실무진에게)그렇게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송 단장의 발언은 전날 한수원 관계자가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발언을 180도 뒤집는 것이다.
구단 고위층과 본사의 입장이 어느 정도 정리됐고 현재는 실무진에서 연고지 이전시기, 방법 등을 구상하고 있음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한수원 축구단의 탈(脫) 대전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시민과 축구팬들의 반발이 감지되고 있다.
박모(43)씨는 “평소 K리그보다 N리그에 관심이 많았고 한수원이 지역 연고팀이라는 데 자부심이 있었다”며 “갑자기 대전을 떠난다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전시와 시 체육회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수원 축구단 연고지 이전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N리그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년 전쯤 한수원 축구단 관계자가 본사 경주이전 방침에 따른 축구단 연고지 이전 내부 분위기를 시체육회에 귀띔해 줬음에도 관계기관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경주시가 지난해 10월 한수원 본사이전추진실이 추진하는 축구단훈련센터 경주 건립 계획을 발표한 것도 축구단 연고지 이전을 암시했던 사전 징후로 풀이되고 있다.
올 1월 한수원 축구단이 사상 처음으로 경주에 동계훈련 캠프를 차린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대전시와 시 체육회는 이제 와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대전시 체육회 관계자는 “이전에 연고지 이전설을 듣고 진위를 파악해 봤지만 당장 내려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었다”며 “종목별 실업팀 연고지와 본사 위치를 분석해 한수원 축구단의 경주 이전이 논리가 약하다는 것을 구단 측에 강력히 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전에 연고지 이전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던 대전시도 뒤늦게 정치권에 대한 도움 요청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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