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휘호 '화친'. |
족보사업이 사양산업으로 어려운 경영난까지 호소하고 있어 자칫 중요한 역사적 가치를 가진 사료들이 사장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전에 전국 유일의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고, 시 차원의 전국적인 효테마파크를 조성할 계획인 만큼 가장 많은 자료를 보유한 회상사의 가치 발굴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경영난=58년의 역사를 가진 회상사는 전국 족보의 70~80%를 찍어내며 전성기를 누려왔다. 윤보선 전 대통령을 비롯한 박정희ㆍ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곳을 찾아 족보를 발간했던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족보업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전자족보 출현과 시간이 갈수록 뿌리에 대해 관심이 낮아지면서 족보사업은 사양산업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대표를 맡고 있는 박병호 대표는 약사출신으로 동구청장을 지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2007년 회상사에 들어갔지만 이미 경영의 어려움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박 대표는 족보사업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지만, 가업을 이어야겠다는 생각에 10억여원 의 사재를 털어 부도를 막아내며 근근이 업체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그는 “당분간 부도를 맞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 놨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근로자 대우가 좋아지고, 사업분야가 더욱 좁아진다면 언젠가는 사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게 될 경우 소장하고 있는 가치있는 사료들이 흩어질 수 있어 대전시나 국가적인 손해도 클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해 염홍철 대전시장을 만나 뿌리공원에 족보박물관과 회상사의 족보도서관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줄 것을 요구했다. 또 소장가치가 있는 소장품들에 대해 문화재 지정을 해줄 것 등을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는 상태다.
▲사장돼 있는 족보 산실 가치에 힘 실어야=동구 중동의 회상사에는 60년 족보 발간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 문중에서 회상사를 직접 찾아와 교정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교정작업을 하다보니 현재까지도 여관과 식당, 교정실 등이 그대로 남아있다.
족보를 만들기 위한 인쇄 변천사도 고스란히 간직되고 있다. 모판에 납을 부어 활자를 만들어 내는 모판을 비롯한 수만개의 납 활자를 간직하고 있으며, 청타자 등도 남아있다.
족보가 없는 집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가문 족보를 제작할 당시 회상사를 방문해 남긴 흔적들도 소유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5년 고령 박씨 대동보 발간 때 ‘친화(親和)’라는 친필 휘호를 써 보냈으며, 역대 대통령들의 문중 족보도 보관하고 있다.
평소 그림이나 글씨에 관심이 많았던 고 박홍구 회장은 문중으로부터 선물받은 수백여점의 그림과 글씨, 도자기, 병풍 등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58년간 회상사에서 출판하고 수집한 족보 5만여점을 자체 도서관에만 보관하고 문을 잠그고 있는 형편이어서 이에 대한 활용방안 모색도 요구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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