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영 따뜻한손 출판사 대표, 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
그러나 50일이 다 돼가는 지금, 실제 철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상생방안을 마련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업정리를 추진 중이라지만, 지지부진하기 짝이 없다. 사업철수를 선언하고서도 매장축소 같은 일차적인 조처도 뒤따르지 않았다. 결국 지분매각을 통해 회사를 팔거나 사업권을 그룹 계열사 등에 이양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인 이름만 바꾸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 세상에 꼼수와 거짓이 난무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판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3일 “산업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은 분들께 항상 마음으로부터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며 모처럼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어둠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 여파로 막을 내린 유신시대의 인권유린에 대해 유감의 뜻을 비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장물' 논란의 핵심인 정수장학회는 언급을 피했다. 법원은 박정희와 육영수 이름을 딴 이 단체가 불법으로 빼앗은 것이라고 판결했는데도,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해마다 수억원을 받은 데다 여든이 넘은 측근을 후임자로 앉혀 놓고서도 그는 이미 그 문제가 자신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천을 보면 더 가관이다. 입으로는 경제민주화를 말하고 쇄신과 변화를 수없이 되뇌지만, 엄연한 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popular revolt)'으로 매도한 수구꼴통을 서울 한복판에 공천해 놓고 무조건 찍으라고 우기고 있다. 강남권은 어차피 새누리의 안방이므로 누구를 내세워도 이길 수 있다는 오만한 행태다. 전두환 시대에 정치권에 진출한 호남 출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조차 “5ㆍ18 관련 단체나 제주도의 반응을 보면 상당히 염려스럽다”며 박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할 만큼 한심한 선택이다.
수많은 서민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나게 만든 저축은행에서 거액의 돈을 받은 사람들도 공천을 받고, 엄청난 물난리로 인명과 재산을 잃고 국민들이 시름에 잠겨 있을 때 골프를 치며 향락을 즐긴 사람들까지 '친박'이라는 이유로 출마를 시키는 게 '차떼기' 정당과 인연을 끊었다는 새누리의 현주소다.
원칙 없는 공천은 양반의 고을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장학재단을 만들어 수십 년간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고 포럼을 결성해 충청인의 위상을 드높인 굴지의 기업인 대신, 선거캠프 회계책임자가 자원봉사자들에게 돈을 풀었다가 시장직을 잃은 장본인을 국회의원 후보라고 공천한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국민 눈높이에서 엄격하게 도덕성을 심사하겠다”던 박 위원장의 언급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당 내부에서까지 공정성 시비가 일고, 국민의 뜻을 직접 묻겠다는 무소속 출마자들을 따라 동반탈당이 줄을 잇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벌써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 재탈환을 목전에 둔 듯 의기양양한 민주통합당 역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돈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당을 대표하고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사무총장으로 앉힌 당에 깨끗한 정치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지만, 정봉주 지역구에 같은 부류를 대신 내보내고 임종석 자리에 그의 '아바타'를 대타로 심으려는 것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여자가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꼼수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을 섬기는 참정치를 실현하려면 이제부터라도 우리가 눈을 똑바로 떠야 한다. 쇄신의 일차 대상은 길이 아닌 곳을 가고 있는 박근혜와 갈 길을 모르는 한명숙이다. 그들이 스스로 쇄신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그들을 쇄신해야 한다.
지역보다 인물을 먼저 보고, 정당보다 정책을 우선해야 정치가 변하고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그 시작이 바로 '나'다. 먼저 변해야 하는 것은 민주시대의 유일한 권력자 - 바로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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