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쌓은 탑도 언젠가 무너지겠지. 그래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건 그 탑을 쌓으면서 바친 정성이여. …죽는다고 무서워 마시게.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세상이여….”
이렇게 각각의 독특한 개성과 느낌을 가지고 등장하는 사람들을 배우 한 사람이 충분히 살려내고 있다. 유씨는 조상대대로 염을 업으로 살아온 집안에서 태어난 염쟁이다. 평생을 염을 하며 여러 형태의 죽음을 접하다 보니,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또한 남다르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일생의 마지막 염을 하기로 결심하고, 몇 해 전 자신을 취재하러 왔던 기자에게 연락한다. 유씨는 그에게 염의 절차와 의미를 설명하며 그동안 자신이 겪어왔던 사연을 이야기해 준다.
조폭 귀신과 놀던 일, 오로지 장삿속으로만 시신을 대하는 장의 대행업자와의 관계, 자신이 염쟁이가 됐던 과정, 일가족의 죽음을 접하면서 산모를 염할 때의 곤혹감,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부친의 시신을 모독하던 자식들의 한심함까지.
어느덧 마지막 염을 마친 유씨는 “죽는 거 무서워들 말아. 잘 사는 게 더 어렵고 힘들어”라고 말한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죽음이 이 연극에서는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삶의 당연한 과정으로 다뤄진다. 죽음을 소재로 한 작품이지만 극은 어두운 색채라고는 조금도 없이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렇다고 마냥 웃기기만 하는 연극이 아니다. 죽음은 남의 일이라는 듯 1000년을 살 것처럼 오만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놓는다. 삶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유씨라는 염쟁이의 경험 속에서, 애초에 던졌던 질문인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의 해답을 찾고자 한다. 죽음이 생명을 마감할 수는 있어도, 살면서 만들어 놓은 관계를 소멸시킬 수는 없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더 강한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죽음이 자신에게도 언젠가는 닥칠 것임을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우리는 삶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제한된 삶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에게 훨씬 애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들은 구경꾼으로서만이 아니라, 문상객으로 혹은 망자의 친지로 자연스럽게 극에 동참하게 된다. 낯선 이웃의 죽음 앞에서도 고인의 명복을 빌던 우리네 삶의 미덕처럼, 망자를 위해 곡을 하고, 상주를 위해 상가집을 떠들썩하게 하던 모습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 관객들은 연극과 현실이 뒤섞이는 색다른 체험을 통해 자연스레 웃음꽃을 피워 내며 더 한층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죽음'을 좀 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삶의 진정성과 소중함을 반추해 볼 수 있다.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4시ㆍ7시, 일 오후 3시(월요일 공연없음), 전석 3만원, 공연문의 1599-9210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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