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기 편집부국장 |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대전은 충청도 주민들이 갖고 있는 개방적 기질과 포용력이 있어 타 지역사람에게 배타적이지 않고 텃새를 부리지 않는다.
대전시민의 출신지가 충청 뿐만 아니라 영ㆍ호남, 수도권, 이북 출신 등 고르게 분포돼 있어 수도권의 판박이와 다름없다. 영ㆍ호남보다는 지역색이 옅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지역성향이 남아있는 충남ㆍ북과도 다른 점이 발견된다. 대전은 포용력과 개방성으로 우리 사회에 잠재돼 있는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고 있는 일등공신인 셈이다.
대전의 정치판도는 우리 정치의 바로미터다.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강한 영ㆍ호남에 비해 대전은 여야 각 정당에 고른 지지를 보내왔다. 총선과 지선, 대선에서 특정 정당의 싹쓸이는 대전에선 찾기 힘들다. 균형추가 작동한 것처럼 충청연고 정당을 비롯해 여야 각 정당의 지지세 분포가 비슷하다. 거대 여야정당이 고른 지지율을 보인다는 점에선 수도권에 비유될 만하다. 지방임에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목소리가 잔존하고 특정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됐던 영ㆍ호남과는 크게 비교된다.
대전시민의 정치성향은 같은 충청권인 충남 및 충북과도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충청도를 연고지로 내세우는 정당은 충남에서 상대적으로 지지세가 강했고 충북은 충청도 연고정당의 세는 미약하고 거대 여야 정당의 지지율이 높았다. 분명 대전과 다른 점이다.
수도권과 닮은 대전 유권자의 투표성향은 지역색에 얽매여 있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치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 정당이 대전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것이 여러지역 출신들이 더불어 살고 있는 대전이라는 도시 특성에 비출 때 유권자들이 자신의 출신지 연고 정당을 지지해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지역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객관적으로 정치를 보려는 대전 유권자의 산출물이라 생각한다.
충청도를 연고지로 내세우는 자유선진당의 지지율도 대전에선 절대적이지 못하다. 비교적 고른 정당 지지세로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든 누구나 당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곳이 대전이다. 그래서 대전은 여야 공히 정치 신인에게는 등용문이 될 수 있다. 이같은 대전 유권자의 투표성향을 놓고 일부에선 “영ㆍ호남처럼 하지 못해 지역역량이 약하고 다선 정치인을 키우지 못한다”는 지적도 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영ㆍ호남이 보여줬던 특정 정당 싹쓸이에 그 지역 주민들도 반성하는 사람이 늘고 있어 많은 동의를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전이 갖추고 있는 개방성과 포용력, 정치 선진화는 큰 장점이다. 그렇지만 개방과 포용력이 대전에 플러스로만 작용한다고는 보지 않는다. 개방과 포용은 국가든, 지역 간이든 상호 호혜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타 지역 기업인이나 사업가들은 대전에는 텃새가 없어 비즈니스 하기가 편하다고 말한다. 대전에 아파트를 지어 수백억원씩 거둬가도 지역사회에 일정분 환원하라는 압박과 분위기가 없어 좋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대전시민에게는 그리 유쾌하게 받아들일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지역 기업인들은 영ㆍ호남 등 타지역에서 사업할 때 그 지역에서 호된 신고식을 거쳐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한다. 돈벌러 왔으니 자기 지역에 뭔가 내놓으라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에게 퍼주면서 상대방에게는 개방하고 포용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역에서 필요할 때는 텃새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대전에선 간혹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전의 대표기업인 건설업체가 대전상공회의소 회원임에도 회비를 내지 않는다는 소식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대전지역 소주가 무엇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대전의 일부 구청 공무원들은 지역소주가 아닌 특정소주를 마시면 발전기금이 들어온다며 지역소주를 외면한다. 지역연고 프로축구단인 대전시티즌을 열렬히 응원하는 시민들도 소주를 마실 때는 지역소주는 외면하고 유명 소주를 찾는 일이 많다. 상품 선택은 소비자 자유지만 지역기업을 육성하자고 외치는 지자체나 시민들로선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럴때는 대전이 충청도가 아닌 것이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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