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에 대해 한 달에 두 번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는 '대규모 점포 등의 등록 및 조정 조례'를 공포하고서 맞은 첫 휴무일인 지난 11일,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전통시장에는 문을 닫은 업소가 더러 있고, 대부분 SSM은 휴무 하루 전에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할인 이벤트를 진행, 골목 상권은 반사 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침체와 골목상권까지 장악한 기업형 슈퍼마켓(이하 SSM)으로 전통시장 상인을 비롯한 지역 소상공인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 지 오래고, SSM에 대한 의무 휴무일도 당장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슈퍼, 빵집, 커피숍 등 대기업의 문어발식 기업확장이 소상공인들의 목을 옥죄고, 지역 골목상권 장악은 도를 넘어섰다.
시장상인 등 소상공인들은 생존권을 부르짖는 등 사회갈등과 양극화와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다산 다사'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절실=대형마트와 SSM의 골목상권 장악으로 소상공인들의 실물경기 체감지수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대전ㆍ충남 지역본부가 지역 1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경영 만족도는 보통 이하가 91.3%로 가장 많았다.
스스로 사회적 위상이 낮다(58.4%)는 답변도 절반을 넘었다.
대전ㆍ충남 20만여 사업체 가운데 소상공인 사업체(도매 및 소매 30%, 숙박 및 음식점업이 23%) 대부분은 골목상권이다.
대기업의 대형마트, SSM 골목상권진출 등으로 소상공인 사업체는 창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양상을 보이고 있다.
창업 후 소상공인 성공률은 3년차 53.4%, 7년차 28.7%, 9년차 25.3%로 창업 3년 안에 절반 이상의 소상공인 업체가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시장과 동네 음식점 등 골목상권을 위한 방안으로 소상공인들은 카드수수료 인하(35.1%), 소상공인 자금지원확대(34.5%),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제한(11.5%)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69.2%)는 입장이다.
▲소프트웨어로 자생력 갖춰야=골목상권 초토화로 소상공인들의 생태계파괴는 짧은 시간에 진행됐다. 지난 8년간(2003~2010년) 전국의 전통시장 178곳이 문을 닫았다. 이 기간, SSM은 2003년 234개에서 2010년 928개로 4배 증가했으며, 대형마트는 265개에서 450개로 늘었다.
전통시장의 매출은 36조원(2003년)에서 24조원(2010년)으로 곤두박질 쳤지만 대형마트는 19조6000억원에서 33조7000억원, SSM은 2조6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대규모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기업의 대형마트, SSM과 전통시장 간의 경쟁은 '대학생과 초등학생의 싸움'으로 비유된다. 대형상점, SSM과 전통시장의 경쟁력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는 전통시장 아케이드, 주차장사업 등 하드웨어 개선을 위한 예산을 지원했지만 이렇다 할 만 한 효과는 미미하다.
닐슨컴퍼니가 국내 15~65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쇼퍼 트렌드(Shopper Trend) 조사 결과 근거리 편의성이 뛰어난 슈퍼마켓(09년 월 5.8→6.2회)과 편의점(09년 월 7.1→7.6회)의 이용 횟수가 증가하는 등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전통시장보다는 슈퍼마켓을 선호한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시장 생태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시장상인과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해서는 시설현대화를 비롯한 대형마트 강제휴무 조례제정 등 하드웨어적인 정부지원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측면의 접근이 필요한 대목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공동마케팅, 상인 교육, 공동 물류센터를 비롯해 대형마트와 SSM이 지니지 못한 덤 문화와 가격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급변하는 유통생태계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끝>
권은남 기자 sil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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