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 대전 연고팀 한국수력원자력 축구단의 연고지 이전 움직임과 관련 대전시와 지역 체육계가 시험대에 섰다.
한수원을 대전에 잡아두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해당 기관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 “오래전부터 한수원 연고지 이전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아직 한수원에서 공식적인 제스처가 없는 상황에서 적극 대응을 하기도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신중한 접근 의사를 비춘 것이지만 연고지 이전 공식발표가 있거나 이전 작업이 수면 위로 나타나면 그 때 가서 대응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이같은 방식은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1년 프로농구팀 대전 현대걸리버스가 연고지를 전주로 옮긴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해 2월 농구단 모기업이 ㈜현대전자에서 ㈜금강고려화학으로 바뀌고서 농구단 연고지 전주 이전 논의가 외부로 알려졌다.
동시에 전주시에서 농구단 유치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후 대전시 및 시체육회, 시민단체 등이 대책위원회 결성,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시의회도 이전반대 결의안을 발표하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결국 수포로 끝났다.
사전에 농구단을 연고지에 잔류시키겠다는 전략을 세워 치밀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뒷북 대응을 한 까닭이다.
때문에 이번 한수원 연고지 이전 움직임과 관련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시와 체육계,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한수원 연고지 이전은 전국체전 대전선수단의 전력 약화까지 불러온다.
한수원은 축구 남자 일반부 대전 대표로 줄곧 출전하고 있는데 단체 종목으로 메달 색깔에 따라 446~684점을 얻을 수 있다.
이는 개인 종목에서 같은 성적을 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점수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로 한수원을 대전에 잡아둬야 하는 한 가지 이유다.
이밖에 도시 홍보, 시민 자긍심 고취 등 무형적인 효과 역시 한수원이 대전에 남았을 때 얻을 수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시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권에도 이 문제를 알려 한수원 축구단 대전 연고 유지에 도움을 받는 방안을 강구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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