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신랑 다루기 - 마을공동체의 새신랑맞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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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신랑 다루기 - 마을공동체의 새신랑맞이의식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 승인 2012-03-13 15:13
  • 신문게재 2012-03-14 21면
  •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봄바람과 함께 결혼식이 한창이다. 신랑, 신부의 얼굴에는 사랑이 결실을 맺어 한 가정을 이루는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요즈음의 결혼식은 예전의 결혼식에 비하면 한결 간략해 보인다. 한두 시간 정도면 혼례식이 끝나고 곧바로 신혼여행을 떠나곤 한다. 신랑ㆍ신부의 만남, 두 가정의 만남일 뿐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혼인이 개인이나 두 가정의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부 마을과 신랑 마을의 공동체와 함께 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신부와 신랑은 한 개인의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신부는 신랑의, 신랑은 신부의 마을 공동체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산업사회를 넘어서 지식정보화사회라고 하는 요즈음 좀처럼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측면이 있지만 농경사회에서는 사회를 지탱하는 큰 힘이 바로 마을공동체와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신부가 시집가고 신랑이 장가가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결혼식을 신부 집에서 치렀다. 그런 까닭에 신랑 집에서는 '장가간다'고 했다. 신랑이 조랑말을 타고 신부 집에 가서 혼인식과 첫날밤을 치르고 신부와 함께 신랑 집으로 오게 된다. 신랑 집에서 보면 신부가 시집에오는 것이 되어 '시집온다'고 했다. 각각 다른 마을 다른 집안의 처녀, 총각이 만나서 혼인하기까지는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의례가 치러졌다. 특히 신랑이 신부 집에 오면 같은 연배의 마을 청년들이 신부 집으로 모여 들었다. 새 신랑이 평소에 자주 만나서 친한 총각이라 할지라도 이 날 만큼은 생전 처음 보는 것처럼 행동했다. 마을 청년들은 새 신랑의 진면목을 살펴보고 우의를 다지기 위하여 새 신랑을 마구잡이로 짓궂게 대했다.

처음에는 깐족깐족 대면서 마치 스무고개 수수께끼를 풀듯이 새 신랑이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재치는 얼마만큼 있는지, 말로 다루다가 완력으로 다루기도 하는 등 마치 고양이가 쥐 다루듯이 했다. 이 때 온 마을 사람들은 무슨 큰 경사라도 난 듯이 왁자지껄하며 훈수도 두면서 구경하곤 했다. 심지어는 새 신랑의 끈기를 시험한다고 하면서 발바닥을 방망이로 치기도 했는데, 이 일이 바로 '신랑다루기'의 절정이었다. 이 때 새 신랑이 “아이고 나 죽는다”하고 엄살을 부리면 신부 집에서는 “이러다가 우리 새신랑, 새사위가 죽겠네”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고 마을 청년들의 요청을 다 들어주는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신랑을 다루는 가운데 신랑과 마을 청년들은 모두가 하나가 되어 한 가족 친 형제처럼 지내게 된다. 훗날 다시 만날 때 마다 모두가 내 집 사위처럼 여겼으며, 신랑 다룰 때 있었던 일들을 떠올리며 우의와 공동체 정신을 다져가곤 했다.

정동찬ㆍ국립중앙과학관 전시개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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