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초월,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한국의 바티칸 만들고 싶었다”

“종교 초월,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한국의 바티칸 만들고 싶었다”

빈손으로 일군 주성천교회 빈손으로 나와 문화전도사로 제2인생 문화를 통한 正治로 세상과 소통하고파

  • 승인 2012-03-13 14:23
  • 신문게재 2012-03-14 11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중도초대석]목회자서 자연인으로-오도석 성천문화원장

▲ 사진=김상구 부장
▲ 사진=김상구 부장

◇오소룡에서 주방장, 분재전문가, 수석전문가, 목사를 거쳐 문화원장까지
조선시대 보병들의 무예였던 열여덟가지 전투기술을 연마하는 '십팔기'와 '쌍절곤'을 통해 다져진 근육질 몸매 덕분에 젊은시절 한국의 이소룡인 '오소룡'이라 불린 사람이 있다. 오도석(55ㆍ사진) 성천문화원장이다. 1957년 경북 영주에서 영생농장을 경영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5남 2녀중 셋째로 태어난 오도석 원장은 아버지로부터 농장 일을 배웠고 분재를 자연스레 익히게 됐다. 그는 농원에서 과일나무를 다루다가 타고난 미각과 요리에 대한 감각으로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딴 후 경북 영주 현대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했다.

냉면 뽑는 기술이 일품이라 했다. 오 원장은 식당 사업이 번창일로에 있던 29세에 '주님의 부르심으로' 총회신학대학에 입학,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1월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1년에는 미국의 트리니티 신학대학원에서 기독교 영성신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6년 동안 국내ㆍ외에서 수많은 성회를 인도해온 부흥강사이자 목회자인 그는 세상과 소통하며 선교의 큰 비전을 이뤄가기 위해 주성천교회를 개척해 담임해 왔다. 평상시 종교계의 개혁을 부르짖던 그는 지난 1월 1일자로 교계에서 완전히 은퇴하고 이제는 자연인으로 돌아와 분재를 가꾸며 성천문화원 경영에만 전념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부흥강사로 사역하며 왕성한 목회자 활동을 벌이던 그가 유성구 지족동에 '주성천교회'를 신축한 지 8년만에 지난 1월 1일 퇴직금 한푼 받지 않고 목사직을 은퇴하자 교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정년을 15년이나 앞당겨 아예 성직자 신분을 버리고 자유로이 선을 행하고자 자신이 건축한 교회도 젊은 제자 목사에게 고스란히 인계했다. 자신을 좀 더 잘 돌아보기 위해 머리도 삭발했다. 교계의 자정과 개혁을 부르짖으며 파격적으로 목사직을 버린 그가 선택한 길은 '성천문화원' 원장인 문화인으로서의 길이다. 오 원장은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예술 소통 공간 제공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12일 주성천교회내 연면적 5000㎡에 성천문화원을 조성하고 개원식후 각종 전시공간을 지역사회에 전면 개방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무료로 개방하는 이 곳은 문화원 내에 위치한 은은한 카페에서 에티오피아산, 브라질산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와 분위기에 취해 행복하고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다.

▲ 운보전시관의 커다란 도자기는 운보가 도자기에 직접 붓으로 그렸다는 국보급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했다.
▲ 운보전시관의 커다란 도자기는 운보가 도자기에 직접 붓으로 그렸다는 국보급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작품이라 했다.
성천문화원은 오도석 원장이 미국 뉴욕 경매장에 가서 직접 구입했다는 운보 김기창 화백의 작품 수십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운보전시관을 비롯해 중국과 우리나라 도자기 문화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진귀한 도자기들이 진열된 전시실, 세계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수집해온 희귀 돌들을 모아놓은 1만여 점의 수석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성천문화원은 농장주 아들답게 어린 시절부터 나무와 벗해 살아온 오 원장이 너무나 쉽게 자연스레 접하고 가꾸어온 분재 작품들을 모아놓은 '샘물분재원'과 신윤복의 '미인도', 천경자 화백의 작품을 비롯한 진귀한 조각 작품들을 모아놓은 '샘물갤러리' 등 모두 7개 전시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오 원장이 이뤄놓은 성천문화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전을 문화의 르네상스로
성천문화원의 '성천'은 '거룩한 샘'이란 뜻이다. 오 원장은 '성천'에 대해 애틋함과 따뜻함, 선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들풀 하나에서도 감동을 받고 따뜻한 소통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 원장은 이 자리에서 유교의 '중용'과 도교의 '도덕', 불교의 '득도', 기독교의 '영성'에 대해 강조했고, 히브리어 '까도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진정 마음의 도가 열린 사람은 공의롭고, 득도하고, 덕이 되고, 빛이 됩니다. 중용과 득도와 대각과 영성은 다 절대자의 마음을 나타내지요. 또 '까도시'는 '거룩'이란 말입니다. '따스하다', '감동되다', '소통되다', '대화가 되다', '아름답다'는 의미지요. 세상에 감동과 공감을 주고, 아름답게 소통하도록 도덕과 종교와 영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절대자의 합리성이고 창조주 하나님의 도구입니다. 26년간 목회생활을 하면서 부흥강사로 세계를 한 바퀴 돈 것 같습니다. 그중 바티칸에 갔을 때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사람들이 콩나물처럼 몰려드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그 때 대전을 바티칸처럼 문화의 르네상스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른거죠.”

운보전시관의 커다란 도자기는 운보가 도자기에 직접 붓으로 그렸다는 국보급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딱 한 작품이라 했다.
“산수를 그린건데 십장생이 새겨진 도자기입니다. 2005년 뉴욕 전시회때 가장 인기 있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운보의 대표작인 '시집 가는 날'인데 신라 호텔과 이 곳, 단 두 곳에만 있는 작품이죠. 이 수석은 서해안 파도리 갯벌에서 구해온 천년학 바위입니다. 이 조각 작품은 조각가 문신의 작품이고.”
오도석 원장의 안내로 문화원 곳곳을 둘러보다가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많은 작품들을 어떻게 구입했고 경비는 어떻게 조달했는 지 궁금합니다.
“샘물 분재원에서 제가 직접 가꾸고 있는 분재작품들을 팔아 돌을 사고, 수석을 팔아 운보 그림을 사고, 운보 그림을 팔아 중국 도자기와 고려청자를 삽니다.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을 다니며 경매를 통해 모은 작품들로 성천문화원 갤러리를 조성하고 경제를 순환시키는 거죠. 저는 제 소유의 집도, 재산도 없습니다. 이것은 없어서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주신 물질로 작품 분재를 만들거나 귀한 예술작품을 구매해서 아름다운 생명의 문화를 만들고 공유하는데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정신문화를 아름답게 만들고, 삶의 가치를 높여서 누구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게 목표입니다. 어린 시절, 아름다운 것을 보면 무조건 가슴이 뛰었습니다. 선을 행하고 아름다운 것을 행하는 것이 좋았죠. 감동을 주는 사람은 신이 보내준 사람입니다. 육체보다 정신이 아름다운 사람이 진정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성천문화원에는 승리기독학교가 있는데요. 어떤 성격의 학교인가요.
“일종의 대안학교입니다. 청소년들이 공부의 목적도, 삶의 방향도 없이 어두운 시대의 흐름 속에 타락해 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그들을 시대와 역사 속에 바른 가치관을 가진 참된 리더로 교육하고 싶었습니다. 진정한 교육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서 나옵니다. 가정에서부터 바른 신앙 문화가 바탕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과제는 학교 교육을 창조론적 사고로 하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복음을 계승하고 전통적인 신앙의 창조론적 사고로 교육을 하고자 승리기독학교를 개교하게 됐습니다.”

◇세상을 바르게 흐르게 하는 '正治'를 하고 싶다
-교도소와 병원을 확 줄이는 방법이 있다면서요.
“지능지수 IQ와 감성지수 EQ, 영성지수 SQ중 EQ와 SQ가 높으면 감정이 아름다운 것입니다. 감정이 아름다우면 인간의 항체도 강해져서 어떠한 병이든 다 없앨 수 있지요. 따라서 감정지수가 높으면 범죄도 사라지고 병원도 줄게 되는 것입니다. 교도소 교정교육도 좋지만 범죄 직전에 차단시키는 게 더 중요합니다. 감정지수를 높이면 범죄지수는 반드시 낮아지게 돼 있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은 '政治'가 아닌 '正治'입니다. 막힌 물을 뚫어 정상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처럼 이 세상을 바르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죠. 종교를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간디처럼 살고 싶습니다. 마곡사 전 주지 스님인 범진 스님과 친하게 지내는데요. 불교의 '깨달음'과 기독교의 '거듭남'은 결국 하나입니다. 종교를 초월해 소통하고 싶습니다.”

-원장님이 한국기독교문화예술원 대표회장이던 당시 많은 기독연예인들이 상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탤런트 송채환, 차인표, 임동진, 정애리, 최선자, 정영숙, 한인수씨 등이 상을 받았지요. 최근에는 코리아 갓 탤런트 출신 최성봉을 주성천교회 무대에 오르게 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뭔가요.
“분재원이나 수석전시실, 갤러리 등은 종교색깔을 버리고 모든 사람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누구나 더불어 같이 살고 싶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유한할뿐만 아니라 개개인이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EQ와 SQ를 높여서 건강해지도록 막힌 곳을 뚫어주는 '거룩한 샘물' 성천문화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대담ㆍ정리=한성일 사회단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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