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승철]'보이스 오브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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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승철]'보이스 오브 코리아'

[중도마당]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승인 2012-03-12 15:40
  • 신문게재 2012-03-13 20면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 심승철 을지대병원 류머티스내과 교수
주말을 앞두고 있는 금요일 밤, 한 주 중에 가장 여유 있고 마음이 편한 시간이다. TV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한 음악 관련 채널에서 멈추었다. '보이스 오브 코리아 (The Voice of Korea)'.

또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최근 오디션 열풍으로 실용음악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올해 대입 실용음악과의 평균 경쟁률은 500대 1이 넘은 학교도 있으며, 4~5년 전만해도 200여 개 수준이었던 전국의 보컬학원이 현재 1000여 곳 이상으로 급증, 전문적으로 노래와 춤을 배우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다른 분야는 제외하고도 노래에 관한 오디션 프로그램만 슈퍼스타 K, 위대한 탄생, 기적의 오디션,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 등 셀 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은 흥미를 전혀 끌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보이스 오브 코리아' 시청률이 단 2회 만에 시청자수가 170만명을 넘어서 동 시간대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영 시간이 밤 11시 이후이고 통상 케이블TV에서 대박 콘텐츠의 기준이 1%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결과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심사위원들은 참가자가 노래하는 동안 등을 돌리고 앉아 참가자의 외모나 신상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지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둘째, 방송 중에 시청자의 의견이 문자로 보여져 심사위원이 아닌 일반인의 견해도 볼 수 있다. 셋째,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심사위원(코치)들 간의 심리 싸움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최상의 팀을 구성하기 위해 실력 있는 참가자들을 데려 가려고 노력한다. 넷째로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비해 전문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많아 시청자들을 흥분시켰다.

이 프로그램의 성공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해다. 우리 사회는 실력 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의 배경으로 남을 판단하는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혈연, 지연, 학연을 따지지는 않지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노래를 듣기 전에 참가자의 개인 신상을 소개해 심사위원이나 시청자들에게 선입견을 갖게 했다. 따라서 오직 노래만으로 승부를 가르기 힘든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보이스 오브 코리아는 이것 또한 과감하게 떨쳐 버렸다. 보이스 오브 코리아를 보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실력 하나만으로 평가 받는 정의로운 사회가 구현된 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이 정당, 정파, 지역을 떠나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정책과 그들이 가진 실력으로만 판단해 선거에 임하길 바란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현대 사회에서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인터넷과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참신하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언론의 변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기성 언론에 대한 대안은 앞으로도 여러 방면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후보자의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 바란다.

문자를 통한 의견 삽입 권한과 향후 문자 투표권을 가진 시청자는 더 이상 구경꾼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결과를 이끄는 주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유권자들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많은 정보 수집을 통한 참여를 해야 한다. 잘못된 정치인을 나무랄 것이 아니고 그런 정치인을 뽑은 자신을 책망해야 타당할 것이다.

2012년 4월, 12월 대한민국 국민의 소리(The Voice Of Korea)를 듣고 대중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간파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한 후보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출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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