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수필가 |
염 시장 스스로도 '좀 막연함'을 밝혔다. 그러나 시의적절한 발상이다. 질량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뚜렷하게 내세울만한 상징적 문화골격이 없는 도시가 대전이다. '품격'이란 사전적 의미로 자품(資品)을 이른 말이다. 내면의 품질(형이상학)과 외면의 격식(형이하학)이 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룰 때 객관적 감동으로 평가되는 형태가 '품격'이다. 실제로 '문화품격'의 한계는 막연하다. 때문에 도식화된 기준도 없고, 계량화할 수 있는 단위도 없다. 사조 따라 흐르는 게 문화라지만, 쉽게 도달할 수 없는 것 또한 품격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품격 있는 문화도시 가꾸기'도 마찬가지다. 시민 의식수준이란 내면의 문화와, 이를 계발 선도하는 시정(市政)의 격식이 어우러져서 외부지역 사람들로부터 감동받는 도시로 평가 될 때만이 비로소 '품격'있는 도시가 된다.
언제였던가 염 시장은 조직원들에게 '발상전환'을 촉구한바 있다. 과거 제도권 속에서 몸에 뱄던 공무원들의 의식태도부터 바꾸도록 주문했다.
변화하는 시민들의 문화의식에 부응해야 한다는 식견의 채찍이었다. 관료주의적 타성이나 관념, 관행을 과감하게 버리도록 환기시킨 것이다. 그러나 도시문화를 선도하는 시정 조직원들의 의식은 아직도 예나 별반 다름이 없다. 행태적 타성에 변화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변화하는 시민들의 의식문화를 따르지 못한다는 여론이다. 물론 몸에 밴 관성이 하루아침에 변화되기란 쉽지 않다.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가꾼다는 것은, 시정실무자들의 변화된 의식체계가 급선무다. 관료주의나 행정편의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문화도시 가꾸기'는 시장 한사람의 감성으로 떠오르는 막연한 수사나, 정서적 이상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시정 조직원들의 생각이 모두 따라주어야 한다.
의식주 문제가 주요정책이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세계무역경제 1조 달러 시대를 달리는 G20 정상그룹 중심국가 국민이 됐다. 대전은 이미 '지방도시' 개념에서도 벗어났다. 글로벌시대의 대전은 바야흐로 세계적 도시가 됐다. 그것도 첨단문명을 지배하는 '과학도시'다. 이미 '품격'있는 도시반열에 들어섰다. 또 미래 발전의 잠재력도 크다.
양심과 능력 없이 형성된 인격이 없듯, 내면과 외형이 동행해야 '문화도시 품격'도 갖추게 된다. '품격 있는 문화도시 가꾸기'를 선언한 시장의 사명은 크다. 선언적 의미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선 시정전반의 품격부터 높여야한다. 그 중에서도 감성을 표출하고 소통하는 문화예술정책은 품격도시 가꾸기 제1과제다. 특히 창작예술문화정책이 우선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품격 높은 도시마다 그 바탕의 특색은 모두 창작문화다. 대전만의 특색이 곧 대전만의 품격이다. 전남 장흥군 같은 해변고을은 유명 소설가 3명을 배출하면서 최근에 대한민국의 '문학특구'로 지정됐다. 그게 바로 지역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자치단체장의 집념의 결과다.
품격 있는 문화도시가 되기까지는 내공의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선거직시장의 생색내기용 단기적 효과를 계산한다면 자칫 허공의 메아리로 끝날 수 있다.
염 시장 스스로가 인간 감성을 그려내는 시인이다. 취임 초부터 선언한 문화예술회관도 만들었다. 비록 임대건물이지만 예총회원단체 10개가 한 둥지를 틀고 앉아 창작예술발전에 정진케 함으로써, '품격 있는 문화도시 가꾸기'에 구심점을 만들었다. 그것 자체가 '대전의 품격'이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물뿐만이 아니다. 문화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는 마찬가지다. 아직도 관료주의나 행정편의주의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부 공무원들의 발상부터 전환해야 한다. '품격 높은 문화도시' 만들기도 시정의 핵심정책으로 선도해야 한다. 품격은 보고 느끼는 자의 감동으로만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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