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런데 더 나아가 이상한 사건도 일어나게 만든 것이다. 바로 죽은 남편의 냉동정자로 회임한 여성이 아이를 낳은 후에 그 아이가 자신과 남편사이의 친자관계가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다. 이 사건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처럼 냉동정자로 아이를 낳은 여성이 부부의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려했으나 이러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호적등록기관으로부터 거절당하게 되었다. 이에 법원에 친자관계소송을 내게 되었는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아버지 사후에 냉동 보관된 정자를 이용해 체외 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의 경우에 친자로서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원래 하급심에서는 친자를 인정해 주었지만 이처럼 최고재판소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법, 즉 친자관계와 관련된 법 규정은 사후에 체외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는 방법을 예정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법규정에 없기 때문에 법적으로 친자관계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인 듯하다. 왜 과학적으로는 명백하게 친자관계를 인정할 수 있는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를 들고 있는 것이 바로 죽은 아버지의 상속과 부양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고 있는데 실제 중요한 것은 상속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상속이란 사망시점에서 개시되는데 이미 상속이 개시된 후에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가 상속권을 갖는다는 것은 현행 상속제도 하에서 이를 예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단히 혼란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후 10년 뒤에 태어난 아이가 아버지의 상속권을 주장한다고 할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해 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법학자들 사이에는 우리 민법 하의 친자관계확인소송에 있어서는 회임의 원인에 대해 제한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도 친자관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긴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법이란 그 시대의 사회제도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이러한 경우를 예정해 규정된 법이 없기 때문에 아직은 친자관계를 인정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전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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