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을 진행하지 않은 채 대관 전시로만 화랑을 운영하거나 이미 계획돼 있던 기획전시를 취소하는 등 문을 닫을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백화점의 경우, 개관 12주년을 기념해 다음 달 4일까지 열리는 'BLOOMING ART' 전을 마지막으로 올해 전시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본사 측과 내부 협의를 통해 앞으로 화랑 자리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이 백화점 화랑 관계자는 “갑작스럽게 백화점 측으로부터 계획된 전시를 취소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이번 전시는 개관 12주년 기념 전시이자 고별전이 될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기획전을 열지 않은 채 오로지 대관 전시로만 운영하는 백화점도 있다. 갤러리아 타임월드점은 대관 위주로 1년간 전시 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기획전보다는 대관 위주로 화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분기별 1차례씩 기획전, 초대전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 백화점은 전문 큐레이터도 두지 않고 있다.
기본적인 전문성조차 담보하지 못한 채 영업팀이 운영하고 있어 미술에 대한 안목이나 이해 없이 단기간에 열매만 따려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미술계 중견 인사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무한정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의 투자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은 잘안다”며 “하지만, 백화점주들이 전시장이 상업공간이 아니라 문화공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문화욕구 충족과 사회 환원 차원에서라도 대기업 화랑들이 지역 미술인 지원ㆍ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진원 대전화랑협회장은 “지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백화점들이 화랑 운영 마저 이윤 추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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