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화]데이, 데이,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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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데이, 데이, 데이

[중도시감]김의화 편집부장ㆍ온라인뉴스팀장

  • 승인 2012-03-08 16:40
  • 신문게재 2012-03-09 21면
  • 김의화 편집부장ㆍ온라인뉴스팀장김의화 편집부장ㆍ온라인뉴스팀장
▲ 김의화 편집부장ㆍ온라인뉴스팀장
▲ 김의화 편집부장ㆍ온라인뉴스팀장
'별 꼴이 다 있네' 처럼 '별스런 날'들도 많은 세상이다. 매달 거르지 않고 등장하는 기념일이 상업적으로 탄생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벤트나 세레머니 없이 지나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연초부터 '일일이 쓴다'해서 1월 14일은 연인에게 다이어리를 선물해야 하고 지난달 14일은 밸런타인데이 였고 다음주에는 화이트 데이가 남성들의 지갑을 털 것이다. 이 두날을 그냥 보낸 초콜릿을 받지 못한 남성과 사탕을 받지 못한 여성이 서로 만나 위로하는 날인 블랙데이는 4월 14일이다. 그래도 걱정하시 마시라!

블랙데이까지 애인을 사귀지 못한 솔로부대가 독신을 면하기 위해 노란 카레를 먹는 날인 5월 14일 옐로데이 앤 로즈데이도 준비돼 있다.

상업적 기념일의 원조는 초콜릿의 매상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제과회사인 모리나가가 유럽의 전설을 이용해 퍼트린 것으로써 이것이 우리나라로 전해져 큰 행사로 발전한 것이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였고 11월 11일 국내 제과업체의 '빼빼로데이'까지 다양한 버전이 생겨난 것이다. 인연은 이어가야 하는것, '14일' 기념일에 사귄 연인들이 입맞춤하는 '키스데이(6월 14일), 실버데이, 그린데이, 뮤직데이 등을 거쳐 12월 14일 '허그데이'를 통해 연인끼리 포옹하며 한 해의 기념일이 저문다.

이처럼 상업적 기념일이 넘쳐나는 배경에는 장삿속과 함께 사람들이 '속이 허(虛)하기 때문'이라는게 심리학자들이 분석이다. 친구나 연인, 가족이든간에 관심과 애정을 확인하려는 기본심리가 이러한 상업적 기념일이 득세하는 토양이 됐다는 얘기다. 다음주에 예고된 화이트 데이 풍속도를 한번 들여다 보자. 화이트데이는 밸런타인데이, 빼빼로 데이와 함께 연인을 위한 3대 기념일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선물하는 이날, '사탕'을 건넸다가는 후한을 두려워해야한다.

화이트데이 여성들이 연인에게 '정말' 받고 싶은 선물은 명품백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3초백', '지영이 백'으로 불리는(코미디 프로에서는 니에비똥으로 패러디한다) 제품을 선물해야 관계를 유지할수 있다.

마음이 허해서 각종 기념일을 챙기려는 세태를 크게 나무랄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에게 많게는 1.5배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화점 명품 매장 앞에서 줄을 서거나 품절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번호까지 받아가면서 명품을 구매하는 행태를 곱게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샤테크'(샤넬명품백과 재테크의 합성어)까지 생겨났을까.

한국인의 명품소비 심리에 대한 한 연구 보고서는 한국인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체면심리 성향'과 '우쭐심리 성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한 바가 있다.

알다시피 체면은 과시성, 체면 유지 수단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것이며 우쭐심리는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욕구와 남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욕구, 자신의 열등감을 감소시키거나 은폐하려는 욕구 등을 말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이 '명품소비 봉'인데 업체의 극성스러운 마케팅이 빠질 수 없는 일이다.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3초마다 눈에 띄고, 평범한 내 친구 '지영이'도 들고 다니는 백을 '너는 왜 안사니?'하는 식의 상술이 숨겨있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펴낸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시티 팜에서 퀴어 비즈니스까지' 장에는 이런 글이 있다. '폼생폼사.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말이다. 쥐뿔도 없으면서 품을 잡기 위해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이 가진 것이라곤 오직 남들이 알아주는 명품뿐. 겉으론 화려하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빈털터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들은 당당하게 산다. 럭셔리 제품으로 치장한 채 스타일이 살아 있는 삶을 산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런 자부심이 럭셔리 푸어를 유지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합리적 소비란 개인에게 주어진 소득으로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소비의 편익과 비용을 충분히 고려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풀어쓰면 최고의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예산 범위 내에서 최선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라 하겠다.

이러한 합리적 소비차원에서 등장한 것이 프라브족(Proud Realisers of Added Value, 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실현하는 사람들)이나 시피족(Character, Intelligence, Professional을 결합한 신조어로서 소비지향적인 생활 방식 보다는 단순한 삶의 형태를 추구한다)이다. 이들 그룹은 불필요한 소비와 그에 따르는 노력, 시간, 비용의 낭비를 거부하고 합리적인 소비, 지적인 성숙함, 실속 있는 재정 설계, 여유 있는 삶의 태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다. 변화된 특정 소비가치에 상대적으로 다수의 소비자가 동조하는 현상인 트렌드의 물결을 모르쇠하기도 어려운 세상. 그러나 그 트렌드 또한 폐기될수 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당신의 지갑은 화이트데이날 온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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