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순 목원대 교직과 교수 |
선원은 쇳조각 하나를 들고 냉동실 벽에 손가락, 발가락이 꽁꽁 얼고 온몸이 마비되는 과정을 날짜와 시간별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배가 항구에 도착해 냉동 컨테이너의 문을 연 선장은 죽은 선원을 발견했다. 그러나 냉동실의 온도계는 19℃를 가리키고 있었다. 컨테이너 속은 비어 냉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선원은 단지 얼어 죽게 됐다는 생각만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다. 인간의 생각이 이렇게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심리학에 '눈덩이 효과'라는 말이 있다. 부정적인 상황에 더 잘 맞는 의미라고 하는데, 사람이 무엇인가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경험을 종종 한다.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에 비해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긍정의 심리학이 필요하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 행복이 무엇인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목표는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행복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을까.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이라는 책에서는 행복은 우리의 마음속, 즉 생각에 있다고 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생태학자들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감정을 가지고 그들만의 언어로 소통한다고 한다.
동물연구가인 제인 구달 박사는 실험에서 침팬지의 놀라운 사고능력을 발견했다. 침팬지에게 혼자서 다 먹을 수 없는 많은 바나나를 줬더니 침팬지는 바나나를 자기만 아는 곳에 숨겨 놓고 조금씩 꺼내 먹다가 다른 침팬지들이 바나나를 찾자 엉뚱한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무리를 그쪽으로 보내고 나서 바나나를 혼자 꺼내먹는 영리함까지 보여줬다는 실험 결과다.
동물의 감정표현이 인간과 비슷하다는 증거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마리안 도킨스 박사는 동물도 감정 변화를 겪고 표정으로 감정을 나타낼 수 있다고 한다. 동물도 인간처럼 감정이 있지만 동물은 인간처럼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는 않는다. 그럼 왜 인간은 불리하면 생각을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일까. 심리학자들은 끝없이 솟아나는 욕망을 스스로 채우는 과정과 그 결과에서 인간은 행복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나 주변의 환경과 비교해 자신이 가진 재물, 위치, 직업, 능력, 교육수준, 성격이나 생김새 등의 조건에서 낮은 수준에 있다고 판단하면 열등감을 느끼면서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이를 인간 심리의 사회적 비교라고 하는데, 특히 자신보다 조건이 나은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상향적 비교를 하면 불행한 생각이 많이 들고, 어려웠던 자신의 과거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과 현재의 자신을 비교하는 하향적 비교를 하면 상대적인 행복이 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사회적 동물인 사람들은 갈대와 같은 생각을 시도 때도 없이 행복과 불행 사이를 시소 타듯 살아간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인간의 특성에 좀 더 맞지 않을까. 눈에 안 보이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 많은 사람이 그 결과를 목격하고 감탄하는 것을 인간 말고 누가 할 수 있단 말인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우리의 긍정 마인드도 한껏 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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